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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연패 뒤 1승, 웃지 못하는 김호철 남자 배구 감독

중앙일보

입력

17일 중국전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김호철 감독. [대한민국배구협회]

17일 중국전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김호철 감독. [대한민국배구협회]

힘겹게 거둔 첫 승이었지만 마냥 웃을 순 없었다. 남자 배구대표팀을 이끄는 김호철(63) 대표 감독 이야기다.

한국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8 남자 발리볼 네이션스리그 4주차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을 3-0(25-21, 25-21, 25-22)로 눌렀다. 전날까지 11전 전패를 기록했던 한국의 이번 대회 첫 승리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의 벽을 확실히 느꼈다. 원정에서 치러진 9경기에선 승점 1점을 따는 데 그쳤다. 필승을 다짐했던 라이벌 일본에게도 2-0으로 앞서다 역전패했다. 안방에서 치러진 결과도 만족스럽진 못했다. 함께 도전팀으로 분류된 호주에게 1-3으로 졌고, 2진을 보낸 이탈리아에게도 선전을 펼쳤지만 2-3으로 패했다. 중국전에선 서브가 먹히면서 완승을 거뒀지만 아쉬움을 지울 순 없었다. 주장 문성민은 "1승이 정말 간절했다"고 했다.

경기 뒤 취재진을 만난 김호철 감독의 표정엔 답답함과 후련함이 함께 비쳤다. 개막 전보다 수척해진 얼굴의 김 감독은 "많이 힘들다. 나보다도 선수들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아니구나'란 깨달음을 얻었다. 너무 차이가 커서 '어떻게 만들어가나, 세계무대에 노크할 수 있을까'란 고민으로 매일밤을 보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아시아에선 높이가 비슷해서 그나마 견디지만 세계와는 격차가 너무 크다는 걸 절감했다"고 했다.

17일 중국과 네이션스리그 경기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는 한국 선수들. [대한민국배구협회]

17일 중국과 네이션스리그 경기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는 한국 선수들. [대한민국배구협회]

사실 대표팀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다른 나라는 세계선수권을 겨냥해 다양한 선수들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8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도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김 감독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김호철 감독은 "남자 배구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중국을 이겼다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수들을 바꿔나가고 연습방법도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네이션스리그 5주차 운영에 대한 변화도 시사했다. 세터 이민규(OK저축은행)가 부상 때문에 이란 원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황승빈(대한항공)이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황승빈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4주차 이탈리아-중국전에서 뛴 황택의(KB손해보험)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 김호철 감독은 "이민규의 무릎이 좋지 않다. 김세진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란 원정은 어려울 것 같다. 민규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한국은 이란으로 원정을 떠나 이란(22일), 독일(23일), 불가리아(24일)와 마지막 3연전을 치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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