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재판거래 의혹' 양승태 고발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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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및 법관 사찰 의혹에 대해 고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15일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사법행정권 남용행위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검찰 고발 대신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들이 다른 법관들에 의해 뒷조사의 대상이 된 것은 법관독립이라는 중대한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 공정한 재판을 사법행정권자의 정책 실현을 위한 거래의 수단으로 써보려고 시도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며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임이 분명하다”고 봤다.

그는 그러나 “사법부에 대한 무분별한 수사로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가 또다시 침해되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으며 이른바 ‘재판거래’라는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수사는 불가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고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미 이루어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을 포함한 13명의 법관을 징계 절차에 회부했고, 관여 정도와 담당 업무 특성에 따라 징계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일부 대상자들은 재판업무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사법부 스스로 훼손한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꾸짖음을 피하지 않겠다. 저를 포함한 사법부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숭고한 사명을 성실히 수행해 법원 본연의 모습을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며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라도 견뎌낼 것을 굳게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로부터 상고법원 도입에 관한 협조를 얻기 위해 특정 재판을 협상 카드로 삼아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 또 당시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정책에 비판적이었던 판사나 법관 모임 등을 사찰한 정황을 담은 문건들도 드러났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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