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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더쿵 한판 춤에 세계가 한마음-올림픽 개막공연 송파산대놀이 (작가 손영목씨의 관람기, 이양원 화백의 현장그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덩 덩 덩더쿵, 얼쑤 절쑤 지화자 찌르르르르…….』
막바지에 이른 올림픽개막준비로 온 잠실벌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한낮, 이곳 서울놀이마당의 작은 원형 노천경연장에도 뙤약볕 못지 않은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송파산대놀이 열 두 마당이 펼쳐지는 중이다. 상좌·옴중·눈끔재기·애사당·원숭이·해산할멈 따위가 탈바가지 쓰고 치렁치렁한 공연복을 입고 흥겨운 반주에 맞춰 덩실덩실 찔룩쩔룩 순서에 따라 한 마당 한 마당을 시연한다.
올림픽 개막일인 9월17일에서 이틀을 앞당긴 15일 오후 5시에 이곳 서울놀이마당에서는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 축제가 벌어지는데, 송파산대놀이는 그 개막공연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민속놀이는 올림픽이 폐막되고 이틀후인 10월4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종목을 바꿔가며 계속된다.
『덩 덤 덩더쿵, 얼쑤 절쑤 지화자 찌르르르…….』
정식 공연도 아닌데 북·꽹과리·장구소리에 지나가던 행인들이, 자전거를 타던 아이가, 근처 공사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안전모를 쓴 채 슬금슬금 모여들어 어느덧 공연장다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원래부터 잡은 터가 비좁았다는 느낌이다. 최근에 토대를 덧붙여 쌓고 객석을 3천명 수용규모로 확대했다지만 올림픽기간 중 불어날 관객들, 특히 우리의 전통 민속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관광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번 아시안게임 때만 해도 미어 터질 지경이었다고 놀이마당측에서는 말한다.
『이보소, 양반님들. 인류 축제 올림픽도 우리 땅에서 우리가 치르니 우리네 핫바지잔치일진대, 모릅름기 대접 푸짐하기로 소문이 떠르르한 민족이라 동서남북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이런 인종 저런 족속들, 배불리 먹이고 흥겹게 보내는 것까진 좋은데, 어허, 이것이 어찌된 노릇인지 우리네 잔치에 물건너 광대패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놀이판을 휘저으니 주객이 전도되어도 보통이 아닌지라 심사가 해괴하고 어지러우나, 흥과 놀이라면 둘째가라도 서러운 민족인즉 우리 한번 질탕하게 본때 있게 놀아보세.
물건너 광대패 놀이는 구경 값만도 여섯자리 수라 하나 우리 놀이마당은 무일푼공짜 구경이니 양반·상놈·늙은이·어린것·흰둥이·검둥이 할 것 없이 구름처럼 모여드소.
덩 덩 덩더쿵, 얼쑤 절쑤 지화자 찌르르르….」
지난날 송파 나루터 객주거리에서 서민의 한을 어루만지고 웃음을 자아내던 송파산대놀이.
을축년(1925년) 대홍수로 동네가 쑥대밭이 되고 이어 그후의 세태 변화로 터전을 잃어버리고는 반세기동안 시들하게 겨우 명맥만 유지해오다가 무형 문화재 49호로 지정되면서 주요 민속문화로 부활된 이 탈놀음은 이번 올림픽기간 중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전수 받아 보존하고 있는 숱한 민속 유산과 함께 외국 관광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것이 틀림없다.
뙤약볕 아래 우쭐거리는 단원들의 동작에서, 너풀거리는 소맷자락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한다.
『덩 덩 덩더쿵, 얼쑤 절쑤 지화자 찌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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