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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치대·로스쿨·제약회사…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곳이 내 자리랍니다

중앙일보

입력

치과의사, 변호사, 비즈니스맨, 그리고 의료 및 헬스케어 스타트업 자문역까지.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김용범(39)씨는 전문직 자격증만 2개죠.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닌 무엇을 ‘하기’ 위해 필요한 커리어를 밟아왔다는 그는 여전히 자신의 도전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합니다.

의뢰인 회사의 해외 특허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로펌을 방문한 김용범씨.

의뢰인 회사의 해외 특허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로펌을 방문한 김용범씨.

공사·경찰대 대신 치대 진학 
중학생 시절 용범씨는 농구광이었어요. 부산 지역 길거리 농구대회를 휩쓸며 오로지 노는 데만 전념했고 공부와는 담을 쌓은 소년이었죠. 그의 첫 꿈은 전투기 조종사(파일럿). 영화 ‘탑건’을 본 후 생긴 꿈이었어요. 전투기 조종사가 되려면 공군사관학교에 가야 했고, 그러려면 특목고에 입학하는 것이 유리했어요. 하지만 당시 그의 성적은 턱없이 부족했죠. 우연히 TV를 보다가 ‘특목고 잡는 일반고’로 소문난 충남 공주 한일고등학교를 알게 됐고, 운 좋게도 입학시험을 본 199명 중 198등으로 합격했어요.

용범씨는 공주 한일고 입학을 최고의 선택으로 꼽는데요. 한일고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할 때 주변 환경이 스스로의 의지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래요. 지리적 여건상 한일고 학생들은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닐 수 없어 무조건 자습을 해야만 했죠. 친구들끼리 토론하면서 스스로 깨쳐가는 학습 시스템을 통해 공부의 재미를 느끼고 깊이 있게 공부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어요.

“학교 주변엔 산밖에 없었고 밤에도 가로등이 없어 시내로 나갈 수가 없었어요. 고향인 부산을 떠나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부모님도 걱정했지만 저를 믿어주시고 제 결정을 존중해 주셨죠. 부모님은 중3 때까지 성적표를 보여 달라는 말씀을 안 하셨는데, 스스로 길을 찾아가게 내버려 두신 것 같아요.”

밀라노 현지의 특허 전문 로펌 대표 및 파트너들과 함께.

밀라노 현지의 특허 전문 로펌 대표 및 파트너들과 함께.

고교 시절엔 공군사관학교 대신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막연하지만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군인·법조인·경찰 같은 직업군이 떠올랐죠. 경찰대에 가서 경찰 간부가 돼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경찰대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1학년 때 중하위권을 맴돌던 성적은 2학년부터 중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수능 합격 점수에서 1점이 모자랐죠.

“고향인 부산에 내려와 재수했는데 모의고사를 보면 부산 전체에서 1~2등을 했어요. 한일고에서 깊이 파고들며 공부했던 습관이 도움 됐던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공부를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소 비효율적이더라도 깊이 파고드는 공부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평생 공부를 지속하게끔 하는 내적 원천이 되니까요.”

그는 재수 끝에 다시 경찰대 시험에 도전했지만 가장 쉽다는 마지막 단계, 면접에서 탈락하고 맙니다. 경찰대는 떨어졌지만 어머니의 바람에 따라 원서를 넣었던 연세대 치과대학에 합격해요. 6년간 치대 생활 중 본과에서 기초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어쩌다 얻어걸린 전공이었지만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치과의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죠. 갈망하는 무언가가 있었지만 어떻게 길을 찾아가야 할지 몰랐던 그는 당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로 유명한 연세대 정신과 전우택 교수를 찾아가 진로를 상담했어요. 전 교수는 “치의학도 서양의학에 뿌리를 두고 있고 헬스케어산업 전반으로 확장성 있는 학문이니 치과대학 공부를 충실하게 마무리할 것”을 조언하며 “다만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다면 그것을 위한 시간을 따로 내서 미래를 준비하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철망회사의 베트남 진출을 돕기 위해서 베트남 호치민시 외곽 현지 파트너 회사의 콘크리트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국내 철망회사의 베트남 진출을 돕기 위해서 베트남 호치민시 외곽 현지 파트너 회사의 콘크리트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때부터 용범씨의 진로 선택 기준에는 자아실현은 물론 그 일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느냐는 중요한 조건이 생겼어요. 이왕이면 군 복무도 의료 정책을 다루는 곳에서 하고 싶어서 보건복지부에 지원했죠.

“보건복지부에서는 구강보건과 관련된 최종결정권을 가진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었어요. 또 한국보건산업연구원에서 2년 정도 일하며 보건정책 입안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국가공무원이 하는 일과 정책이 입안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2007년 국회에서 로스쿨법(법학전문대학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며 용범씨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로스쿨에 진학해 보건복지 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이 되거나 국회의원 보좌관이 되겠다는 것이었죠. 2011년 고려대 로스쿨에 입학한 그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지적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헬스케어산업 전반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기회가 된다면 변호사로 일하면서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그래서 회사법과 관련된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로스쿨 졸업 후엔 헬스케어산업 현장을 배우기 위해 당시 국내 1위 제약회사인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에 입사했죠. 제약업계 임원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인재를 배출한 회사였어요. 2년간 그곳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근무 시절 법무팀 동료들과 함께.

동아쏘시오홀딩스 근무 시절 법무팀 동료들과 함께.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는 사내 변호사로서, 또 비즈니스맨으로서 2년간 주도적으로 일했어요. 치과의사로서 구강제품에 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성장전략팀에서 M&A나 투자업무에도 관여했죠. 임플란트회사 인수·합병(M&A)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스스로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직원이라기보다 파트너라는 생각으로 일해보라’는 매력적인 제안을 받고 바이오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곳에서 법무 및 전략기획을 담당하는 비즈니스맨으로 활동하며 해외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을 담당했고, 동시에 외국계 회사의 경영권 인수와 관련된 법률 분쟁을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해 유망 강소기업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도 했어요. 현재는 10여 명의 변호사·변리사 동료들과 함께 오킴스 법률사무소에서 의료 및 헬스케어 중심 스타트업 자문 역할을 수행하죠.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연봉이 높다거나 선망의 대상이라거나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회사에 뭔가를 이야기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는 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일도 즐겁고 성공의 경험도 할 수 있으니까요. 성공은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닙니다.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야 하죠.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아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면 힘든 과정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누가 시켜서 나온 성과를 두고 성공이라고 하긴 민망한 일이죠.”

동아쏘시오홀딩스 근무 시절 법무팀 동료들과 함께.

동아쏘시오홀딩스 근무 시절 법무팀 동료들과 함께.

초등학교 3학년과 5살의 두 아들을 둔 아빠가 된 지금도 용범씨는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외국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서 해외 사업개발을 더 멋지게 수행하고 싶고, 미국 변호사 시험도 공부해서 영미법 국가의 법률체계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고 해요. 테니스 같은 좋아하는 운동도 더 잘하고 싶고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들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렇다면 먼저 하지 말아야 하는 일부터 찾아내서 멀리하십시오. 그러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이 불분명한 청소년들에게도 같은 조언을 덧붙였어요. 우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멀리함으로써 시간을 확보한 뒤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라는 것이죠. “일단 실행에 옮기게 되면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과 연습입니다. 작은 성공은 더 큰 흥미를 불러오고,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기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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