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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6화. 신비로운 환수, 용

중앙일보

입력

6화. 신비로운 환수, 용


수행 끝에 세상의 이치를 깨우친 고결한 존재

『드래곤볼』에 나오는 신룡의 모습은 동양의 용을 모델로 했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신룡의 모습은 동양의 용을 모델로 했다.

오랜 옛날, 두 마리의 이무기가 있었습니다. 선한 이무기와 사악한 이무기는 용이 되기 위하여 500년마다 한 번씩 태어나는 여의주를 가진 소녀를 차지하고자 싸웠죠. ‘사악한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으면 악룡이 태어나서 세상을 파괴하지만, 선한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으면 신룡이 태어나서 세상을 구한다.’ 영화 ‘디워’에서는 이 같은 전설과 함께 현대를 무대로 여의주를 얻고자 두 이무기가 싸우는 이야기가 펼쳐지죠.

이무기는 한국의 전설에 나오는 신비한 짐승입니다. 깊은 호수나 큰 강에 사는 거대한 뱀이 오랜 세월 수행을 한 끝에 변신한 모습이라고 여겨지는데, 이 이무기가 다시 수행을 쌓아 시간이 흐르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서양의 드래곤(Dragon) 전설과 구별되는 동양만의 신비한 용(龍) 이야기예요.

세상에는 온갖 모양의 드래곤이 있는데요. 바빌론 신화엔 모든 신의 어머니이자 그들에 맞서 싸운 거대한 티아마트가 있고, 성경에도 악어나 거북 모양의 바다생물 레비아탄이 있습니다. 북유럽 신화에는 지구를 둘러 쌀 정도로 거대한 괴물뱀 요르문간드나, 본래 인간이었지만 황금의 저주로 드래곤이 되어버린 파프니르도 있어요. 여덟 개의 머리를 가진 일본의 거대한 뱀, 야마타노 오로치나 아스텍의 깃털 달린 거대한 뱀신 케찰코아틀처럼 다양한 용이 있으며, 동화나 설화에 이르면 그 종류는 가히 끝이 없습니다.

서양 판타지의 드래곤은 박쥐 모양 날개를 가진 거대한 도마뱀처럼 묘사됩니다. 공룡의 뼈를 바탕으로 상상한 생명체이며, 욕심이 많고 교활하며 잔인하고 사악한 모습으로 종종 등장하죠. 모든 드래곤이 사악하고 욕심 많은 것은 아닙니다. 이따금 동화나 판타지 이야기에선 오랜 세월을 살면서 인자한 마음을 가진 드래곤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특히 미카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에 나오는 행운의 드래곤 푸쿠르는 정말 사랑스러운 존재죠. 강아지 같은 얼굴에 아름다운 목소리와 희고 부드러운 털이 매력적인 드래곤입니다.

일부를 제외하면 서양의 신화나 전설에서 드래곤은 대개 악당으로 등장하지만, 동양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산 제물을 요구하는 거대한 뱀 같은 괴물도 있지만, 대개의 용은 선량하고 위엄이 있으며, 강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죠. 하지만 결코 그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환상의 생명체일 뿐만 아니라, 세상을 다스리는 신이기도 하거든요. 동양 전설에는 수많은 용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동서남북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이 가장 유명합니다. 심청전 같은 이야기에도 종종 등장하는 용왕은 간혹 화를 내기도 하지만, 대개는 유순하며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요. 용왕은 구름을 불러 비와 천둥, 번개를 내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 폭풍이나 해일을 일으키며, 때로는 위험에 빠진 뱃사람을 구해주기도 하죠.

동양의 용은 뱀처럼 긴 몸을 갖고 있습니다. 몸에는 강철보다 강한 비늘이 나 있으며, 머리에는 사슴과 같은 두 개의 뿔이 있고, 한 쌍의 긴 수염이 나 있죠. 뱀과 달리 용에게는 4개의 발이 있습니다. 때때로 용왕은 여의주(如意珠)라는 구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뜻하는 바를 마음대로 이룰 수 있다고 하는 이 구슬을 이용해 용왕은 큰 힘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일본의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는 바로 이 여의주에서 힌트를 얻어 소원을 들어주는 드래곤볼과 신룡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신과 같은 힘을 갖고, 세상을 다스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용은 황제를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황제의 얼굴을 ‘용안’, 황제의 옷을 ‘용포’, 황제의 자리를 ‘용좌’라고 부르게 했습니다.

용은 구름을 타고 승천한다고 하죠. 사람들은 하늘 높이 올라가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보면서 용이 승천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용오름(용권·龍卷)이라고 불렀습니다. 용은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이 아님에도, 십이지에 포함될 만큼 동양 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입니다. ‘용호상박’을 비롯하여 용에 대한 온갖 속담과 격언이 존재하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죠. 서양의 드래곤처럼 관련된 전설이나 설화는 많지 않지만, 그만큼 유명하고 잘 알려진 환수라고 할 수 있어요.

중국에선 공룡의 뼈를 용뼈라고 하여 약재에 썼던 만큼, 용은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공룡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졌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서로 많이 다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동양 사람들이 용을 단순히 환상의 생명체가 아니라, ‘수행을 쌓아서 승천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용은 알에서 태어나기도 하지만, 오랜 수행을 통해서 변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세상의 이치를 잘 알고 삶을 아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죠. 서양의 드래곤처럼 동양의 용도 사람의 거울과 같은 존재입니다. 드래곤과 용이 다른 것은 드래곤이 인간을 시험하고 넘어서야 할 장해물이었다면, 용은 고결한 정신으로 동경하고 숭배하는 존재였다는 것입니다.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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