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매출액 15% 인건비만 낮춰도 경쟁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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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긴 시간 망설이던 광주 모델에 본격적으로 참여를 선언한 것은 ‘적정 임금’이 실현되기만 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반값 연봉’땐 수익성 충분 기대감 #도요타·폴크스바겐보다 고임금 #파업 매출 손실 등도 막아 참여

국내에 마지막으로 건설된 완성차 생산시설은 1998년 가동을 시작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이다. 20년 동안 국내에 새 공장이 들어서지 않은 이유는 높은 비용에 비해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016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5개 완성차 회사의 1인당 연봉은 평균 9213만원이었다. 이는 일본 도요타(9104만원)나 독일 폴크스바겐(8040만원)보다 높다. 2005년(5009만원)과 비교해 83.9% 오르는 등 상승폭도 크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살펴보면 고비용 구조가 더 잘 드러난다. 국내 5개사의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12.2%로 도요타(7.8%, 2012년 기준)나 폴크스바겐(9.5%)보다 높다.

반면에 생산성은 경쟁사보다 뒤진다.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자동차 1대 생산 시간(HPV)은 2015년 기준 국내 공장이 26.8시간인 데 비해 도요타와 포드는 각각 24.1시간과 21.3시간이었다. 인건비로 더 많은 돈을 쓰지만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은 경쟁사보다 긴 것이다. 협회 측은 “국산차 업체들은 원가경쟁력이 특히 중요한 중·소형차 중심인데도 원가가 높아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만약 광주시의 구상대로 4000만원 정도의 임금을 실현하고 이를 유지한다면 신규 공장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인건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을 높일 수 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5.2%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광주형 공장에서는 이 비중을 절반 가까이 줄여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낮은 경차도 임금이 4000만원대라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관계 악화로 인한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현대차 입장에선 큰 매력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 단체협상 과정에서 24차례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로 인해 7만7000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매출 손실이 1조62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만이 아니다. 1987년 현대차 노조 결성 이후 파업을 겪지 않고 임금협상에까지 이른 것은 단 네 차례에 불과했다. 지난 5년간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액은 7조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광주시가 경영을 주도하고 노사관계를 원만히 이끌어가면서 적정 임금까지 실현해 준다면 현대차로선 이 같은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막을 수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국내 생산비가 높아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상황이 오래 지속됐다”며 “기업을 불러들이기 위해선 해외에서 제시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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