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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날두’ 옆 ‘이메시’ 한국 축구 이런 공격 조합 처음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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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호 22면

2018 러시아 월드컵 D-5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대한민국-온두라스 친선경기에서 후반전 한국의 손흥민이 선취골을 넣고 이승우, 김민우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대한민국-온두라스 친선경기에서 후반전 한국의 손흥민이 선취골을 넣고 이승우, 김민우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가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면 어떤 그림이 만들어질까. 한국 축구팬들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 기간 중 이런 질문에 대해 대략적이나마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호날두를 존경해 버릇까지 닮으려 애쓰는 ‘손날두’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과 ‘코리안 메시’로 각광받는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가 축구 대표팀 공격을 함께 이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순간적 침투 뛰어난 손흥민에 #발재간 현란한 이승우 가세 #온두라스 평가전 선제골 합작 #차붐 “흥민이는 내 모습 보는 듯” #신태용 “승우, 내 머릿속 읽는 듯” #유럽 유스 시스템서 배운 콤비 #러시아 월드컵 이후가 더 기대

손흥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 대표팀 에이스다. 2014년 대표팀 막내로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이후 일취월장해 간판 공격수로 성장했다.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건너올 당시 몸값 2500만 유로(약 318억원)는 3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지난달 28일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란스퍼 마르크트’는 러시아 월드컵 도전을 앞둔 손흥민의 가치를 5000만 유로(636억원)로 매겼다. 유럽리그를 통틀어 같은 포지션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중 11위이자 토트넘 선수 중 4위에 해당한다. 프리미어리그 등록 선수 중에서는 24위다.

공격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공격수 권창훈(24·디종)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낙마한 이후 신태용(48)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의 득점력을 살려줄 파트너 찾기에 골몰해 왔다.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저돌적이지만 세밀한 움직임이 부족하다. 이재성(26·전북)은 빠르고 활기찬 움직임이 돋보이지만 골 결정력에 약점이 있다.

신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무렵 등장한 새 카드가 이승우다. 러시아 월드컵 28인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때만 해도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대표팀 세대교체를 대비한 23번째(월드컵 최종 엔트리는 23명) 선수’ 정도로 여겨졌다. 미디어도 ‘깜짝 발탁’이라는 표현을 썼다.

손흥민, 이승우

손흥민, 이승우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A매치 평가전(2-0승)이 이승우의 위상을 바꾸는 변곡점이 됐다. 밀집 대형으로 나선 온두라스 수비진을 상대로 과감한 드리블 돌파와 슈팅, 수준급 발재간을 선보여 신태용호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후반 15분 정확한 패스로 손흥민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장면은 이승우의 A매치 데뷔전 백미였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아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승우는 이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1-3패)과 볼리비아전(0-0무)에 연속 출장하며 A매치 감각을 키웠다.

손흥민이 순간적인 침투로 상대 수비진의 뒷공간을 허무는 스타일이라면, 이승우는 수준 높은 테크닉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따돌린다. 특성이 확연히 다른 두 선수가 함께 공격하면 막아서는 입장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득점 공식’은 서로 다르지만, 차범근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이 ‘천재’로 인정한 건 공통점이다. 현역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비며 유럽 무대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은 차 전 감독은 손흥민을 자신의 후계자 1순위로 꼽는다. “현역 시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내가 세운 기록들을 흥민이가 하나씩 뛰어넘는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이승우에 대해서는 “나나 흥민이와는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하지만, 천재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면서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수비수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영리하게 골을 넣는 모습이 현역 시절 독일 무대를 함께 누빈 케빈 키건(잉글랜드)을 닮았다”고 칭찬했다.

두 선수는 국내 선수 육성 코스를 거치지 않고 일찌감치 해외 무대에 진출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손흥민은 동북고 1학년 때 대한축구협회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돼 독일로 건너갔다. 이승우는 서울 대동초 6학년 때 국제대회에 참가했다가 바르셀로나 유소년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광성중 입학 직후 스페인으로 건너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유럽의 유스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손흥민과 이승우는 체력과 투지를 앞세우던 한국 축구에 창의성과 다양성을 덧입힌 선수들”이라면서 “러시아 월드컵뿐만 아니라 그 이후가 더욱 기대되는 공격 조합”이라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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