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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군 파병회유 본격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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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3일 방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회담할 당시 모습.[중앙포토]

주미 한국 대사관은 이달초 걱정이 많았다. 13일부터 워싱턴을 방문하는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대표 때문이었다. 최대표와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대사관에 보인 미국측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에 전투요원을 파병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백악관의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국무부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국방부 폴 월포위츠 부장관 등 핵심 인사들이 갑자기 최대표와 만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의 만남도 추진됐으나 파월 장관이 이라크를 가게되는 바람에 다소 불투명해졌다고 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측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한 것은 결국 파병요청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국회 다수당인만큼 이라크 파병을 위해선 한국 정부뿐 아니라 최대표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이에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일 워싱턴을 방문한 윤영관(尹永寬)외교부장관을 예정에 없이 백악관으로 불러 "내 친구(노무현 대통령)는 잘 있느냐"면서 친근감을 표시했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그자리에서 "북핵사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풀겠다"고 밝혀 한국측의 기분을 맞춰줬다. 하지만 이날의 환대 역시 결과적으론 파병요청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시 대통령은 다음달 20일. 21일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FEC) 정상회담 참석에 앞서 한국과 일본 방문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문제와 관련 한일 양국정부에 압박의 수위를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파병문제를 지렛대 삼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다 더 확실하게 확보하려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14일 미국 정부가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특히 미 국방부를 중심으로 "일본이 (돈내는 것 말고)땀을 흘리는 부분에서는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비판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어떤 불만을 표시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라크에서는 미군이 모자라고 한국에는 미군이 3만7천명이나 주둔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지적은 있었을 것이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데이빗 프롬 연구원은 "미국은 2차 대전때와 한국 전쟁때 도움을 줬다.그럼 미국이 어려울 때 유럽과 한국이 도와주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한국군은 강도높은 훈련을 받고, 규율도 확실히 잡혀 있다. 미국으로선 이라크처럼 불확실한 지역에서는 가장 믿을만한 군대인게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은 앞으로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병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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