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난산 끝에 출범한 특검 … ‘드루킹 게이트’ 철저히 파헤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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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민주당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허익범 변호사를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드루킹 특검법’에 따라 대한변협의 추천(4명)을 거쳐 야 3당이 합의해 압축한 2명 중 허 변호사를 최종 낙점했다.

이로써 특검은 준비 기간을 거쳐 6·13 지방선거 이후 최장 90일간 수사하게 된다. 사실 특검은 인물난을 겪었다. 정권 초기라서 그런지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베테랑 법조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이리저리 눈치 보며 특검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허익범 특검인 만큼 더욱 최선을 다해 국민의 의혹을 규명해 주길 기대한다.

이미 특검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차적으로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과 민주당 정치인들의 댓글 여론 조작 연루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댓글 조작이 실제로 지난해 5·9 조기 대선을 전후해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 밝히는 것도 핵심적 과제다.

드루킹 의혹에 연루된 김경수 전 민주당 의원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 늦추기 및 봐주기 논란 와중에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드루킹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난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은 제대로 경찰 수사도 받지 않은 만큼 특검이 의혹을 밝혀야 한다. 드루킹 측이 김경수 의원에게 했다는 인사 청탁 건과 관련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번 사건을 전반적으로 보고받았을 조국 민정수석 등도 특검의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검찰, 나아가 청와대가 드루킹 의혹이 제기된 이후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는지가 또 다른 수사 포인트다. 특검은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들이라고 해서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국민만 보고 법대로 해야 한다. 여기에 특검의 성패가 달렸다. 특검조차 부실 수사로 흐른다면 ‘특검이 특검당하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다. 다시 한번 비장한 각오로 수사에 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