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주도 성장에 잇단 쓴소리.."국가개입 멈추고, 시장에서의 혁신 보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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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통한 ‘시장에서의 혁신’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경제의 생체실험 ... 소득주도 성장. [중앙포토]

한국 경제의 생체실험 ... 소득주도 성장. [중앙포토]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등 34명으로 이뤄진 ‘대한민국 경제를 생각하는 지식인 모임’은 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경제 활성화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이 모임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이제라도 대한민국이 직면한 엄중한 경제 현실을 받아들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입안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34명 교수 등, '경제활성화 촉구 긴급 기자회견' #"국가 개입주의 길 들어서..시장 활력 제고해야" #"기업 경영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 노사 '윈윈'" #국회에서 '한국 경제 진단 긴급 세미나'도 열려 #"최저임금 비현실적 인상...자영업자 범법자로"

이들은 “기업이 ‘국부의 원천’”이라며 “판박이식의 경제민주화는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성장은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다. 혁신성장을 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해줘야 하며, 시장의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 등은 “물리적 평등의 실현을 위해 ‘국가 개입주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여야 하며,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국정운영 구호가 ‘국가 개입주의’를 웅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정책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세금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며 “시장에서의 혁신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노사 모두 윈윈(win-win)한다”라며 “산업화 시대의 규제는 재구조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미래혁신포럼ㆍ한반도선진화재단 공동주최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로에 선 한국 경제를 진단한다’ 긴급 세미나에서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경제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성장의 핵심 동력은 기업가 정신이지, 소득주도 성장 모델이 아니다”며 “기업가 정신은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도, 현 정부의 기업 정책은 주로 ‘공정경제’ 관련에 함몰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기업 정책은 재벌 총수의 전횡 방지, 경제력 집중 및 편법 지배력의 강화 차단 등에만 집중돼 있다”라며“기업이 발전하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도록 하려면 경영권 견제와 안정을 위한 균형 잡힌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며, 경제력 집중 현안은 집중 그 자체가 아니라 남용을 막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분배 악화의 책임은 정부가 아닌 시장에 있고,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국제비교를 하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 ”면서 “경제를 사회가 아닌 경제적 시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한 시장경쟁 확립을 이념적 편향성에서만 보지 말고, 혁신정책ㆍ규제완화정책ㆍ기업구조조정 등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보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12만3000명의 취업자 중 민간 부문은 거의 없고 대부분 공정행정 등 부문에서 증가했다”면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청년 일자리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32% 하락해 앞으로 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은 47조1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최저임금의 비현실적인 급격한 인상은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범법자로 양산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지켜질 수 없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무리하게 설정해 제도 자체의 실효성만 떨어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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