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세상엔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게 좋습니다. 그림 한장에 친구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도, 할아버지가 해주는 다정한 격려의 말도 담을 수 있어요. 물론 엄마의 잔소리도요.”
대구교육청 노력상 받은 임영진 군 #어릴 때 할아버지 만화방서 꿈 키워
청각장애 2급인 대구영화학교 3학년 임영진(18) 군은 지난달 21일 대구교육청에서 ‘노력상’을 받았다.
대구교육청은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효행·봉사·노력 부문에서 총 5명의 학생을 선정해 상을 수여했다. 임군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청각장애를 노력으로 극복하고 있기에 노력상을 받게 됐다. 지난 4일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영화학교에서 임군을 만났다.
- 상을 받은 소감은.
- "떨렸다. 5명 중 장애가 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언제부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나.
- "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에 만화방이 있었다. 가게는 아니고, 만화책을 쌓아둔 작은 방이었는데 그곳에서 만화를 보면서 컸다. 사춘기가 오면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힘들었을 때 그림을 그리면서 감정을 해소했다. 그림에는 내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임군은 태어날 때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임군의 부모는 그를 일반학교에 보냈다가 임군이 고1 때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면서 청각장애학교인 대구영화학교로 보냈다. 그의 담임교사도 임군이 기특하다고 했다. 보통 청각장애 학생은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평범한 직업도 꿈의 직장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임군은 끝까지 이 ‘평범한’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
박상대(45) 담임교사는 “졸업한 선배 대부분이 생산현장에 가는 모습을 보며 후배도 꿈을 접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력하는 영진이가 멋있다”고 했다.
-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 "꿈을 가지게 해준 할아버지에게 고마워 할아버지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선물해 드렸을 때 너무 행복했다. 그림 한 장에 행복과 희망을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 나중에는 청각장애를 지닌 다른 친구들에게 ‘너희도 할 수 있다’며 용기를 주고 싶다.”
대구=글·사진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