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킬러’ 한화 샘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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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킬러로 떠오른 샘슨. 올시즌 탈삼진 1위를 달리며 한화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쯤되면 ‘LG 킬러’로 불릴 만 하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27·미국)이 잘 나가던 LG의 발목을 잡았다.

7이닝 무실점 호투, 시즌 5승 달성 #LG 상대로 3승, 7연승도 멈춰세워 #최동원 ‘시즌 최다 탈삼진’ 깰 수도

샘슨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7이닝 3피안타·무실점으로 시즌 5승(5패)째를 따내며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샘슨은 올 시즌 LG전 3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5승 가운데 3승이 LG를 상대로 따낸 것이다. LG는 ‘천적’ 샘슨을 넘지 못하고 7연승에서 멈춰섰다.

올해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샘슨은 한화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 샘슨에게 팬들은 ‘연쇄 삼진마’란 섬뜩한 별명을 붙여줬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으로 잇달아 삼진을 잡아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샘슨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9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9이닝당 삼진은 11.7개다. 2위 타일러 윌슨(LG)의 9.24개를 크게 앞선다. 삼진 10개 이상을 기록한 것도 3경기나 된다. 샘슨이 이 페이스로 올 시즌 200이닝 이상을 던진다면 탈삼진 250개 정도를 기록할 수 있다. 1984년 최동원이 기록한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223개) 경신도 가능하다. 이 기록은 무려 35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다.

경기 전 한용덕 감독은 “에이스라면 삼진을 많이 잡는 것보단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며 “샘슨이 최근 힘으로만 밀어붙이려 한다. 수비수를 믿고 맞춰잡는 피칭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감독의 기대대로 샘슨은 103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을 막는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 삼진은 올 시즌 두 번째로 적은 5개를 기록했다.

사실 샘슨은 올 시즌 초반 퇴출 위기에 몰릴 정도로 부진했다. 개막 후 3차례 등판에서 모두 패전 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9.22로 치솟았다. 빠른 공은 위력적이었지만 제구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용덕 감독은 샘슨을 믿고 기다렸다.

강속구 투수인 샘슨은 투구할 때 왼발을 3루 쪽으로 내딛는 ‘크로스 스탠스’를 취했다. 몸을 비틀어 생기는 회전력으로 공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제구가 흔들리는 약점이 있었다. 첫 3경기에서 샘슨은 볼넷을 14개나 기록했다. 하지만 송진우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디딤발을 포수 쪽으로 두는 방식으로 투구 폼을 바꿨다. 이후 제구가 좋아지면서 강속구의 위력도 살아났다.

샘슨의 노력도 더해졌다. 한국에서 포크볼을 던지는 법을 배워 유용하게 쓰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31경기를 뛴 투수인 샘슨은 프로 2년차 박상원에게 포크볼 그립 잡는 법을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틈날 때마다 송진우 코치를 찾아가 자신의 문제점을 고치려고 한다. 샘슨은 “미국에선 그냥 공을 던지는 것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피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