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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TV 88문화·예술 축전 중계 "인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KBS·MBC 양 방송사가 올림픽 문화예술 축전 중계에 너무 인색하다.
17일 개막돼 10월5일까지 50일간 계속될 올림픽 문화예술 축전은 세계문화·예술의 정수를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한된 공간·공연 횟수·비용 등으로 인해 극히 소수만이 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뛰어 넘어 누구나 접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TV중계다. 또 문화예술 축전 중계를 통해 방송사들은 자연스럽게 올림픽 붐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
KBS는 16일부터 10월9일까지의 올림픽 방송 특별 편성안을 마련, 편성의 대강을 확정했다.
이 편성안을 살펴보면 KBS는 총 59개의 문화예술축전 녹화중계를 기획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무용제나 합창제에 집중돼있고 연극제나 라스칼라 오페라단의『투란도트』같은 대규모 공연은 제외돼있어 장르에 따른 심한 불균형과 방송국 편의 위주로 편성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밤 12시 심야에 편성해놓아 시간대에서마저 외면 당하고 있다.
한편 MBC는 올림픽이 이미 막 내릴 10욀3∼7일 오전 10시30분 녹화 중계를 기획, 종일 방송제로 늘어난 시간 떼우기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스칼라는 세계 최고의 경기와 4백25명이라는 규모에 걸맞게 문화예술축전 중 최고의 개런티와 체재비(총 43억 원 중 알리탈리아 항공 22억 원, 한국 측 21억 원)를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들의 세계적 명성에 상응, 대단한 관심을 집중시킨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KBS는 중계를 끝내 외면했다.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너무 많은 중계료를 요구했기 때문」「애초 스칼라가 우리의 연출수준 문제로 TV중계를 거부했기 때문」등 변명을 하고 있으나 내한교섭 단계부터 KBS가 좀 더 계획성 있게 임했다면 쉽게 중계권을 따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또 중계에 기술상의 문제가 별로 없는 무용제나 합창제는 충실히 중계하면서도 그리스 정통비극『오이디푸스 왕』,「프랑스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코미디 프랑세즈의 정통 희극『서민귀족』등과 체코·폴란드 등 동구권 연극이 포함된 연극제 중계를 외면한 것은 시청자를 무시한 방송국 편의 위주의 편성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원어로 공연되고 있는 이들 작품에 시간과 인원이 좀 들더라도 자막을 넣어 녹화 중계한다면 온 국민들에게 세계 연극의 정수를 안방에서도 맛 볼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올림픽 방송기간 중 KBS 2TV 어l 매일 오후 4시『올림피아드』재방송, 매주 일요일 낮12시『드라마 게임』재방송, 밤 9시30분『한국 영화』를 편성해 놓고도 문화예술축전 중계는 밤 12시 KBS 1TV에 편성해 놓은 것은 문화·예술을 등한시하는 방송 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양 방송사는 TV를 계속 재미있는 바보 상자로 만들지 말고 세계 문화·예술의 정수가 한마당에 모인 이 기회를 우리 국민의 성숙된 문화·예술 욕구에 어긋나지 않게 활용하는데 노력해야 하겠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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