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군에 "대자보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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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르윈」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미얀마 소요이래 대자보가 미얀마 인들의 새로운 뉴스매체로 등장했다. 미얀마 인들은 지난 26년 동안 관영언론들의 공정하고 독자적인 뉴스공급을 갈망해 왔다.
이들 대자보는 정부에 항거하는 시위를 벌이던 2주전부터 랑군시 전역에 등장,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전국 시위 및 체포 자에 관한 뉴스를 제공해 왔다.
대자보는 벽 높은 곳이나 가로등 기둥에 부착, 또는 랑군 거리 인도에 길게 늘어놓아져 있기도 하다.
군중들이 이 대자보주위에 몰려 관영언론이 제공하지 않은 뉴스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를 막을 힘이 없던가 아니면 막을 의사가 없는 탓인지 대자보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외교관들은 전했다.
실제로 한 대자보엔 랑군 남동쪽의 물메인시의 버마 사회주의 계획 당(BSPP) 당사가 불탔다는 내용의기사가 실려 있는데 이 소식은 공식채널을 통해선 전혀 전해진 적이 없는 것이다.
때로는 외국언론에 게재된 기사가 스크랩돼 그대로 대자보에 붙어 현재의 미얀마 사태를 외국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알려주기도 한다.
벽보 내용 중 어떤 것은 영어로 적혀 있기도 한데 이는 그들이 주장하는 다당제 민주주의 도입, 정치범 석방, 그리고 민생안정 등 구호를 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 개중엔「링컨」이 말한 유명한 문구를 인용한「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민주주의」라는 구호도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62년 집권한 후 인쇄 및 방송매체를 국유화하고 미얀마 사회주의계획당의 일당체제를 확립했다.【랑군 로이터연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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