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측의 노조운영비 지원, ‘부당노동행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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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연합뉴스]

회사가 노동조합에 사무실 유지비 등의 운영비를 지원하지 못하게 한 노동조합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는 사용자(사측)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 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노동자의 후생자금 기부나 최소한의 사무실 제공 등은 예외로 허용한다.

그동안 대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통신비나 전기, 수도요금을 받는 것은 안된다고 해석해왔다.

하지만 헌재는 회사가 운영비 지원을 악용해 노조를 압박한다면 금지하는 것이 맞지만, 무조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제안해 단체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노조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노조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노조 운영비 지원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정하는 것이 근로 3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의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현실에 비춰볼 때 지원 목적과 경위,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고 전면 금지하는 것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봤다.

다만 당분간 법 조항을 계속 적용하기로 하고 2019년 12월31일까지 국회가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한까지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날부터 법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앞서 A노조는 '회사는 조합사무실과 집기, 비품, 차량을 제공하며 조합사무실 관리유지비 기타 일체를 부담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7개 회사와 체결했다가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이에 반발한 A노조는 소송과 함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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