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조건 안돼도 무조건 최저임금 1만원? 그건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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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했다고 해서 조건이 안 되는데도 무조건 1만원으로 간다는 건 안 된다”며 “그런 조건을 만들 수 있게 정부와 여당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1일 여권 관계자가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왔다. 이 회의의 비공개 부분에서 문 대통령이 이같이 말했다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 쪽의 임금이 크게 늘었다.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는 실제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올렸다. 금액 기준으로 사상 최고 인상 폭(1060원)이었다.

공개 발언에선 “최저임금 인상 긍정적 효과가 90%”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조건이 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올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데 무게를 둔 게 아니다”라며 “1만원으로 올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에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이란 표현은 없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 “문 대통령 발언, 1만원 조건 만들자는 데 방점”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분명한 것은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은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그 가운데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더 높게 증가하여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된 반면 고용에서 밀려난 근로빈곤층의 소득이 하락했다는 사실”이라며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으므로 정부는 그에 대한 보완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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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후폭풍은 1일에도 이어졌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등이 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최저임금 개정에 항의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등이 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최저임금 개정에 항의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항의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은) 문재인 정부 노동 존중 정책의 실질적 파탄을 선언한 것”이라며 “오늘(1일)부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포함한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 농성 투쟁에 돌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존중과 신뢰, 대화와 소통을 중시한다고 했다. 바로 지금이 모든 형식을 걷어내고 만날 때”라며 문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또 ‘최저임금 개악법 폐기 100만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6·13 지방선거 기간에 맞춰 ‘최저임금 삭감 정당 후보 심판 투쟁’도 진행키로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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