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바레」값 폭등의 허와 실 |일반미와 특미 밥맛 큰 차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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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일부지역에서 아끼바레가 80kg 1가마당 10만원 선을 넘어섰다.
전국 평균 일반미소비자가격도 가마당 9만2천7백40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1·8%나 올랐다.
정부미 소비자가격은 가마당 6만l천 원, 농협 일반미는 7만9천 원인데도 맛이 좋다는 이유로 값비싼 아끼바레 등 일반미를 찾고 있어 값이 으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 아끼바레는 다른 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밥맛이 좋고 일년 내내 거래될 정도로 물량이 넉넉한 것일까.
신품종의 대명사로 불리는「통일 」을 비롯, 각종 벼 품종을 개량, 보급해온 농촌진흥청은 이에 대해 『이제는 신품종과 일반미는 미질이나 수확량에 큰 차가 없다』며 『아끼바레로 통칭되는 경기 특미는 무조건 밥맛이 최고고 신품종쌀은 수확량만 많을 뿐 맛이 형편없었다』는 것은 과거의 통념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부단히 통일계 신품종 쌀의 미질 개선에 노력해온 결과 일반미와 형태나 미질이 비슷해졌고 일반미도 수확량이나 미질이 개선돼 아끼바레가 최고라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아끼바레는 전체 벼 재배면적의 21·5%에 불과, 일년 내내 거래될 정도로 물량이 많지도 않아 상당수의소비자들이 속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우리 나라 벼 품종 개량의 내력을 돌아보면 지난 3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본 벼 은방주와 조웅정의 교배로 남선13호가 개발, 보급된 이래 지금까지 1백4개품종이 육성됐다.
특히 71년 새로 나온 통일벼는 IR8·유카라·TN1 등 인디카와 자포니카 계통이 3품종을 교배해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의 육종기술이 벼에 관한 한 세계일류임을 증명하는 쾌거였다.인디카 계통과 자포니카 계통 벼는 사자와 호랑이가 배가 안 되는 것처럼 비슷한 특성이 없어 교배가 이뤄지지 않는 것인데 우리기술로 이를 해냈던 것이다. 이렇게 해 나온 통일벼는 당시수확량이 일반계보다 거의 30%나 많아 쌀 자급 기반을 구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
그러나 안남미처럼 길쭉한데다 찰기가 없어 밥맛이 없다는 것이 큰 약점이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미질 개선에 주력, 밀양 21· 22·23· 30· 칠호, 칠성, 용문, 용주, 중원 등 38종의 통일계 신품종을 개발했다.
이들 품종들은 「다수확」이란 통일벼의 특성을 간직한 채 미질은 일반계를 닮아 모양은 물론 맛도 일반미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개량됐다는 것이다.
지난 71년 통일벼가 보급돼 77년 단위수확량이 세계최고 (10a당 4백49kg)를 기록하고 물량 면에서 쌀 자급기반을 구축한 이후 통일계 신품종 벼도 38종이나 새로 나왔다.
이들 중 용문·용주·중원·칠성 등 통일계 신품종은 다수확은 물론 미질이 일반미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박내경 작물시험장 장은 『이제당초의 통일벼는 재배가 안 된다. 다만 통일벼의 다수확특성을 이어받은 통일계 신품종만 있을 뿐』이라며 『통일 벼 즉 신품종은 밥맛이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일반이 기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81년 이후 나온 새 품종30종 중 통일계는 11종이고 일반계는 19종이나 됐다.
80년대 들어 개발된 동진·섬진· 운봉 벼 등 일반계 벼의 밥맛은 아끼바레 이상인데다 수확량은 10a당 4백79∼5백28kg으로 80년 이전 통일계 벼 수확량수준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재배면적도 78년 76%나 되던 통일계가 87년에는19·6%로 감소됐다.
이처럼 좋은 품종의 벼를 빠른 시일에 개발, 보급할 수 있었던 것은 신품종개발 기술의 혁신이 원동력이 됐다.
벼 신품종을 개발, 보급하는데 66년 이전까지만 해도 13∼15년이 걸렸으나 66년 이후에는 온상재배에 의한 세대촉진으로 8∼10년, 78년 이후에는 꽃가루 배양법에 의해 5∼7년으로 기간이 짧아진 것.
81년 교배돼 85년 보급된 화성· 화청벼가 바로 이 같은 방법으로 개발된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벼품종 별 재배면적을 보면 통일계의 삼강벼가 10·7%, 일반계의 아끼바레 21·5%, 동진벼 17·2%, 섬진벼 8·8%, 낙동벼 5·1%다.
경기도지방의 재배면적은 전체의 11.7%에 불과하다.
결국 1년 내내 경기미, 또는 아끼바레가 유통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 쌀, 또는 다른 쌀 등이 아끼바레나 경기미로 둔갑할 수밖에 없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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