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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형 쇼핑게임 열풍, 밑져야 본전?

중앙일보

입력

최근 중국에서 일명 ‘퀴즈형 쇼핑 게임(娱乐购物 오락쇼핑, 레벨업 쇼핑)’이 핫한 게임으로 급부상했다.

알고보면 법 허점 노린 사행성 게임 #中당국 신종 온라인 도박 경계 강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한 후 선택한 퀴즈를 맞히면 더 비싼 가격의 제품을 가질 수 있다. 퀴즈 풀이에 실패하더라도 걱정은 NO!
원래 사려고 했던 물건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는 아니다. 운이 좋을 경우 최대 5만~8만 위안(약 800만 원~ 1400만 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대박 게임’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밑져야 본전’이라는 쇼핑 게임, 실제로도 그럴까?

중국 CCTV 기자의 실제 체험기(관련기사: CCTV(央视财经) 2018년 5월 14일 보도, 这个“爆款游戏”是可怕陷阱!你的钱包被幕后黑手操控)를 바탕으로 ‘쇼핑 게임’의 실체를 파헤쳐보자.

일확천금 노리는 쇼핑게임, 정체는?

‘광리이거우(广利易购)’라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 가입했다.
모바일 화면에 차(茶), 와인, 명품 등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제품군이 보인다.
가격은 10위안부터 1000위안대까지 천차만별.
99위안짜리 보이차(푸얼차)를 선택했다. 결제를 마치니 화면에 4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1.에스컬레이터 타기 2.홀짝 게임 3.홍바오 접기 4.제품 수령

4번을 제외한 1~3번까지는 모두 레벨업을 위한 선택지다.

해당 플랫폼이 발표한 규칙에 따르면, 레벨업에 성공할 경우 그 레벨업 이후의 제품(기존 선택 제품 보다 고가)을 수령하거나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기존에 선택한 제품 실물을 수령하거나 마일리지 적립 중 선택 가능하다. 다시 말해 레벨업 성공 유무와 관계없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것.

2번 홀짝 게임을 선택했다. 결과는 레벨업 실패. 제품 수령이나 마일리지 적립 중 선택해야 한다. 환불이나 레벨업 재시도는 불가능하다.(다른 제품 구매 후에는 가능함)

다시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레벨업 성공이다. 60위안(약 1만 2000원)짜리 마스크팩 1장이 레벨업 후 95위안 상당의 마스크팩 5장으로 바뀌었다. ‘나의 주문현황’을 조회하니 이번에는 제품 실물 수령뿐만 아니라 환불(현금 수령)도 가능하다.

[사진 CCTV 방송 화면 캡쳐]

[사진 CCTV 방송 화면 캡쳐]

사행성 논란, 쇼핑게임의 함정

현재 중국에는 이와 비슷한 유형의 플랫폼이 성행하고 있다. 룽샤청바위러거우우상청(龙虾争霸娱乐购物商城), 뉴러푸상청(纽乐富商城), 밍핀쑤거우상청(茗品速购商城) 등이 모두 '레벨업 쇼핑'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이 시중에서 파는 가격보다 비싸다는 사실이다. 일부 제품에는 아예 중문 라벨 혹은 가격 표시가 없는 곳도 있다. 가격표에 100위안이라고 표시해 놓았지만, 실제 가격은 십 위안대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제품 판매 가격이 최대 10배 넘게 비싸고, 더군다나 퀴즈 레벨업 방식을 통해 소비자가 게임을 계속하게끔 조장하고 있다”며, “형태만 다를 뿐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 런민대(人民大学 인민대) 법과대학 류쥔하이(刘俊海) 교수는 “퀴즈를 푸는 방식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운에 기댄 게임에 불과하다. 국가가 지정한 기관 혹은 복권판매업체를 제외하고는 이런 사행성 게임을 활용한 상업행위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CCTV는 취재 결과 쇼핑게임 플랫폼들의 함정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쇼핑 게임 플랫폼 운영자 스스로도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퀴즈형 쇼핑 게임이 실은 ‘법의 허점을 노린(打擦边球)’ 영업임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손해랄 것 없어 보이지만, 실제 소비자가 이 플랫폼에서 돈을 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몇 번은 레벨업에 성공해서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더 큰 이득을 보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욕심. 바로 이러한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것이 쇼핑 게임이다.

업체에서 퀴즈 게임의 결과를 조작할 수도 있다는 자칭 레벨업 쇼핑 플랫폼 프로그램 개발자의 제보까지 나오자, 쇼핑게임의 함정과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오락쇼핑의 함정 [사진 신화사]

오락쇼핑의 함정 [사진 신화사]

중국 매체 신징바오(新京报)는 “최근 온라인 도박 퇴치를 위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법망을 피해가는 신종 도박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쇼핑 게임도 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쇼핑 게임 외에도 변형된 형태의 도박 행위가 언론 매체를 통해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 역시 쇼핑 게임은 도박이며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관 인물들이 너무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기술력 또한 높아 추적 및 증거 수집이 쉽지 않다.

중국 매체들은 공안(公安) 및 관리감독부처가 신종 범죄 행위에 대한 감시 고삐를 바짝 당겨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소비자들도 이성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좇다가는 결국 패가망신하는 비극을 맞이할지도 모를 일이다.

신기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은 때로는 기존의 시스템을 무력하게 만든다. 아이러니 하게도 불법 행위일수록 진화하는 속도가 빠르고 활용 수법이 교묘하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둔갑한 온라인 도박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관리 감독 시스템도 그에 발맞춰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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