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 CVIG 원하면 더 이상 어깃장 삼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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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6·12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2개의 실무 채널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회담에서 논의될 ‘내용’은 판문점에서, 의전·경호 등 ‘형식’은 싱가포르에서 투 트랙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들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대외 정책의 ‘총책’ 격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최종 조율한다고 한다. 한때 정상회담 취소 소동도 있었지만 북핵 협상이 본궤도에 올라 무척이나 다행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체제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도록 보장하는(CVIG)’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북·미 합의 내용을 의회에서 비준받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진작부터 일괄타결식 비핵화를 위해선 CVIG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핵 갑옷 없이는 바로 망할 거라는 북한의 착각을 바로잡으려면 ‘완전한 비핵화’에 맞먹을 카드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의회 비준을 통한 CVIG 보장은 좋은 아이디어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환경 호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엉뚱한 언행으로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어제 노동신문은 8월로 잡힌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겨냥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근원”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UFG는 매년 해 온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계속해도 괜찮다고 한 훈련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탈북한 류경식당 여종업원들도 송환하라는 억지를 부렸다. 이런 식으로 어깃장을 놓으면 비핵화 진정성만 의심받게 된다. 최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한반도 전문가 30명을 조사한 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얘기다. 북한의 습관적인 억지는 미국과의 담판에 결코 보탬이 안 되며 최악의 경우 북·미 정상회담이 정말로 취소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