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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 북한군이라고 지목한 5·18 참가자에게 비난 카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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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배후에 북한군이 있다고 주장하는 지만원씨(왼쪽)와 지만원 씨에게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당한 지용 씨(오른쪽) [연합뉴스]

5.18배후에 북한군이 있다고 주장하는 지만원씨(왼쪽)와 지만원 씨에게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당한 지용 씨(오른쪽)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배후에 북한군이 있다고 주장하는 지만원(75)씨로부터 '광수 73호'(북한특수군)라고 지목받은 광주 시민 '지용'(76)씨가 "지만원씨로부터 비난성 문자메시지까지 받았다"고 폭로했다.

최근 지용씨는 자신이 1980년 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었다며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전일빌딩에서 헬기 사격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공개증언 한 바 있다.

지용씨는 이 사실을 38년 간 함구하다가 최근 지만원씨가 자신을 북한 군인으로 지목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증언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5·18 기념문화센터에 따르면 지용씨는 전날 오후 8시37분쯤 지만원씨로부터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5·18 배후에 북한군이 있다고 주장하는 지만원 씨 [연합뉴스]

5·18 배후에 북한군이 있다고 주장하는 지만원 씨 [연합뉴스]

지만원씨는 문자 메시지에 지난 23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게시한 글 링크를 첨부했다.

이 게시물에는 '지용, 반공인사지갑종씨 이름 더럽히지 말라'는 등의 제목으로 지용씨를 비난하는 내용이 1500자 분량으로 담겼다.

지만원씨는 게시글에서 "지용은 지응현씨의 손자이자 지갑종씨의 친동생인데 지응현씨는 호남의 부호로 손꼽히고, 반공인사로 여의도 넓은 공간에 625때 사용했던 각종비행기 등 전쟁장비를 수집, 전했던 반공부자였다"라며 "한마디로 지용의 집안은 부잣집이고, 반공하는 집안이고, 전두환에 픽업돼 2대에 걸쳐 전국구 국회의원을 했던 빨갱이 불구대천의 원수 집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지용씨)가 나를 고소하는 건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그가 할아버지와 형의 얼굴에 먹칠을 한 후레인간이라는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라며 "나는 지갑종씨를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지갑종씨의동생이 어떻게 이토록 덜 떨어질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빨갱이 언론들이 일제히 지용이라는 인간을 내세워 5·18이 양아치들의 잔치가 아니라 노블리스 오블레주 세력이라고 채색한다"라고 비난했다.

지만원 씨에게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당한 지용 씨의 젊은 시절과 현재 모습 [5·18기념문화센터 제공=연합뉴스]

지만원 씨에게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당한 지용 씨의 젊은 시절과 현재 모습 [5·18기념문화센터 제공=연합뉴스]

또 지만원씨는 지용씨가 증언한 내용에 대해 "'헬기 사격을 대낮에 봤다는 것, 대검으로 사람을 찔렀다는 것, 27일 새벽에 집으로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는 것'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라며 "5월27일 새벽은 계엄군이 쳐들어온다며 모두가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던 순간이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던 그 순간에 옷을 갈아입으러 집으로 갔다는 것은 코미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용은나이들어 헤프게 놀아나지 말고 조상과 형님의 명예를 지키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지만원씨로부터이같은 메시지를 받은 지용씨는 "반성할 줄 모르는 지만원에게 화가 치민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지난 20일 지용씨는 5·18기념문화센터를 통해 지만원씨가 책자에서 지목한 '광수73'이 자신이라고 증언했다.

지용씨에 따르면 그는 5·18 항쟁 기간 도청에서 총기를 들고 경계업무를 보던 중 26일 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에 잠시 들렀다. 그 사이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시작됐고, 그 바람에 도청으로 돌아가지 못한 지용씨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지명 수배가 떨어졌고, 지용씨는29일 보안대 합동수사본부에 자수한 뒤 사면받았다. 지용씨는 자신이 시민군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들에게 불이익이 갈까 두려워 38년동안 이를 숨겨왔다.

하지만 지만원씨가 자신을 북한 군인으로 지목하면서 증언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만원씨의 말처럼 지용 씨는 일제강점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붕남 지응현 선생의 친손자이자 지갑종(91)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의친 동생인 것으로 전해져 그의 가족사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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