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만의 긴급 정상회담 왜?···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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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는 듯 하던 북ㆍ미 관계가 정상회담 취소(24일 밤)→북한의 재차 요구(25일 오전)→긴급 남북 정상회담(26일 오후) 등 불과 40시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6일 정상회담은 사전 예고 없이 이뤄졌다. 청와대는 2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후 ”북미 정상간의 직접 소통“을 강조했다. 그런데 남북 정상이 먼저 소통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27일 정상회담 합의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올해 가을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예고도 없이, 두 사람이 29일 만에 2시간여 동안 만난 건 최근 한반도 분위기의 심각성과 긴박성을 반영한다. 두 정상이 핫라인으로 전화 통화를 하다 "만나서 얘기하자"고 해 급히 통일각에서 회담이 이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청와대는 28일 오전 10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런만큼 두 사람이 이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북한과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 비핵화 방법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벌이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개서한을 통해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 8시간여 만에 ”언제 어디서나 만나자“는 담화를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환영하면서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특히 김 제1부상이 ‘트럼프 방식’의 비핵화에 기대를 표명하면서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문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금 확인하고, 또 2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내용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24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원산과 문천지역에 머물며 향후 정국 구상을 했던 김 위원장이 결심을 문 대통령에게 밝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했을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비핵화 프로세스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을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과 비핵화 이행과정까지 논의할 수 있는 단계적 이행방안을 연계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이 지난달 합의했던 "올해중 한반도 종전선언"을 좀 더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협의가 순조로울 경우,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달려가 남북미 3자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또 지난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이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된 후 경색된 남북관계 복원과 관련한 논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 취소의 원인으로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지목했는데, 이 훈련이 25일 끝나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또다른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판문점 선언에 기반한 남북 관계 개선책이 발표될 가능성도 크다.

 전직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남북 정상이 만나 북미 정상회담으로 향하는 상황을 촉진시키기 위한 만남이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비핵화 등 전략적인 변화를 결심했는데, 다시한번 이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최종적인 마무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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