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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편의시설 태부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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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국 국립공원이 중병을 앓고 있다. 마구잡이 개발로 자연훼손이 거듭되고 있으며 몰려드는 인파를 소화해낼 시설마저 부족, 쓰레기 몸살까지 겹쳐 이대로 가다가는 치유할 방법도 없어질 지경이다. 졸속개발·수용시설부족의 전국국립공원 실태와 그 개선책을 알아본다.

<졸속개발>
전국의 국립공원산은 모두 16개. 설악산을 비롯, 지리산·한라산·속리산·오대산·가야산·계룡산·내장산·주왕산·치악산·덕유산·북한산·월악산·소백산·월출산 등이다.
67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지정된 이들 국립공원들은 보존은 뒷전인 채 무차별 개발로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자연을 허물기는 쉬워도 복구에는 숱한 세월이 걸린다」는 기본적인 상식마저 내팽개치고 전국국립공원 곳곳에서 저질러지는 자연훼손 「아픔」이 한 두건이 아니다.
국립공원중 자연훼손이 가강심한 곳은 지리산.
85년부터 시작된 심장부를 파헤친 천은사∼백사골간 24.3km의 관광도로 개설공사로 옛 지리산이 아니다.
화약을 터뜨려 산봉우리를 깎고 산허리를 잘라 쏟아져 내린 바위와 흙더미가 계곡을 뒤덮어 마치 황량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있다.
『무참하게 뭉개지고 파헤쳐진 지리산의 등성이와 계곡을 볼 때마다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참담한 아픔에 빠집니다』
지난달 24일 휴일등산을 갔다가 그만 발길을 되돌렸다는 서상철씨(47·광주시 농성동)는『이건 개발이 아니라 산을 망치는 짓이라며 한탄했다.
국립공원 한라산도 훼손이 심하다. 정상까지 총 연장 42.9km의 5개 등반로를 넓히면서 수십 군데의 경관을 파헤쳐 관광·등산객들은『흰옷에 잉크를 뿌린 것 같아 가슴이 저민다』 고 말하고 있다.
졸속개발은 비단 자연훼손뿐만이 아니다. 관광단지개발도 마찬가지.
국내최대인 설악산 관광단지의 경우 70년 3월24일 설악산국립공원지정이후 78년부터 4백96억3천5백만원(국비 79억2천8백만·도비 1백4억3천2백만·민자 3백12억7천만원)을 들여 관광단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호텔 3개, 유스호스텔 1개, 콘도 1동, 상가 2백개, 기념품 잡화상 75개, 식당15개 등 숙박·상가에 국한돼 위락시설 등 다양성을 요구하는 관광객들의 추세에 맞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10년이 지나자 관광객들은 편히 쉬고 즐길 위락시설이 없는 설악동 관광단지를 외면, 가을단풍 철 한때 반짝경기를 제외하고는 숙박업소는 90%가 텅텅 비어 파리만 날리고 있는 실정. 결국 자연훼손을 가중시킨 결과로 드러났다.

<시설난>
『국립공원이면 뭣합니까. 등산을 빼면 여관·상가건물밖에 볼게 없으니 피로를 풀 수가 있어야지요.』
여름휴가를 받아 26일 충북 속리산에 피서등반을 왔다는 염돈영씨(44·서울 성수동)는 『이러고도 입장료는 꼬박 받는 당국의 처사에 분개감 마저 든다』며 흥분했다.
전국 국립공원은 「국립공원」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자연보존개발이 안되거나 다양한 위락시설 등이 뒤따르지 않아 국립공원구실을 제대로 못하고있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의 경우 84년1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 된지 4년이 되도록 관리사무소 1
채, 공중변소 5개, 통제소 4개가 전부. 야영장·휴게소는 고사하고 숙박시설도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국립공원 속리산은 야영장에 간이급수시설이 안돼 식수사정이 나빠 이곳을 찾은 관광피서객들의 불평이 대단하다.
무주구천동 33경으로 이름난 덕유산은 집단 시설지구가 조성됐으나 여관이 19개밖에 없어 여름철 바캉스 시즌엔 하루 1만5천명씩 몰려드는 피서인파를 감당 못해 북새통을 이루고있다.
게다가 샤워장·휴게소·놀이터 등 편의·위락시설을 갖추지 못해 「쉬어 가는 곳이 아닌 거쳐가는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연간 50여만명의 등산·관광객들이 찾는 지리산 동부지역의 경우 여관·호텔 등 숙박시설은 한군데도 없고 민박뿐이며 야영장은 부지만 조성된 채 방치된 상태.
주왕산 국립공원은 여인숙 50여 개소와 기념품 판매소·식당 10여 개소가 전부이고 피서·관광객이 이용할 야영장·상가단지 등 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지구도 연간 30여만명의 인파가 몰리는데 반해 수용시설은 여관 3채, 민박40여 가구로 하루 수용능력은 3천여명이 고작.
특히 치악산·오대산·소금강·속리산·계룡산 등은 진입로중 상당구간이 아직도 포장이 안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더우기 피서·등산객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나 악천후에 대비한 대피소가 없는 곳도 많아 조난사고의 위험마저 안고있으며 상하수도·공중변소 시설도 크게 부족, 관광·등산객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제점>
이 같은 수용시설난 때문에 피서철에는 국립공원 계곡마다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야영객들로 뒤덮여 쓰레기공해를 낳고있어 큰 골칫거리.
또 지리산 국립공원 동부지역은 야영장에 상수도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 야영객들이 인근 상가에서 물을 사먹거나 오염된 계곡물을 그대로 먹고있다.
인접지역과 경제연계가 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 주왕산 국립공원 주변의 경우 비포장으로 교통이 불편한데다 숙박·위락시설 미비로 관광·피서객들이 당일코스로 다녀가 지역경제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관광단지가 들어섰으나 지역과 경제연계가 안 되는 곳은 설악산 국립공원이 대표적인 케이스. 연간 2백50만명의 관광객들이 2백억원의 돈을 뿌릴 것으로 추산되지만 졸속개발로 시즌 때만 반짝할 뿐이며 속초시에는 콩나물 등 부식정도가 팔리는데 그쳐 관광지 경기기대는 빈말이다.
그래서 속초시민들은 「설악시 속초동」으로 비유하며 소문난 설악산의 뒤치다꺼리에 골병만 들고 있다고 푸념.
또 안내·순찰인원도 모자라 경기도지역 북한산의 경우 실제 순찰요원은 단 4명뿐이며 한라산 국립공원은 52명이 산불예방·쓰레기처리업무까지 맡아 일손이 크게 부족, 국립공원 보호관리에 문제가 겹치고있다.

<개선책>
『자연보호를 전제로 한 개발방안이 없지 않은데도 당국이 일방적인 편의에 따라 개발을 서둘러 안타깝습니다.』 자연보호중앙협의회 권세철 사무국장(61)은 『국립공원 구역 안에서는 어떤 명목으로도 자연을 파괴하는 시설물이 들어서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그랜드캐년 등 외국의 경우 국립공원구역에는 스낵코너나 대피소·간이휴게소등만 시설, 자연은 최대한 보존하는 한편 수용시설은 인접도시를 활용토록 해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도록 하고 있다.
권 국장은 전국 국립공원의 관광단지나 위락·편의시설은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져야하며 국립공원마다 전시관건립을 제안했다.
설악산의 경우 현저 식물 8백22종·동물4백95종의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이들의 표본·박제물과 광물 및 지형을 전시해 학생들의 자연학습, 노약자의 관광·등산욕구를 채우는 것도 「보면서 깨닫는 관광」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 나라 국립공원은 관광단지를 국립공원구역밖에 세워 지역경제와 연계도를 높이면서 자연보호를 할 수 있는데도 어느 한곳 이감은 기본계획이 적용, 개발된 곳이 없다는 것.
또 케이블카 설치대신 모노레일 설치계획이 설악산 등 한 두 곳에서 세워졌으나 이 모노레일도 소음공해가 심해 동물생태계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있어 다시 짚어볼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립공원개발은 무차별한 지리산국립공원개발처럼 편의와 개발 그 자체의 개념에서 벗어나 자연보존에 우선한 체계적인 개발대책이 정립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국내최대의 설악산국립공원 관광단지. 여관·상가 등만 빽빽이 들어서 관광·피서객들이 위락시설 등 다양성을 요구하는 관광추세에 맞추지 못해 볼품없는 단지로 전락됐다.

<권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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