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철인」선발대회|18세 한국고교생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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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계 최고의 철인(철인)을 가려내는 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 한국의 고교생이, 당당히 출전한다. 제주 오현고 3학년에 재학중인 김명건(김명건·l8). 그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야 입문하게 되는 근대5종에 고1때부터 뛰어든 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엔트리로 뽑힌「무서운 아이」다.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사람들은 두 번 놀란다고 한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그의 경력에 한번 놀라고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지독한 가난을 이겨내는 강한 의지에 또 한차례 놀란다는 것.
해녀인 홀어머니 양재순씨(양재순·66)의 2남2녀 중 막내인 그는 국민학교 4학년 때 『운동하면 배고프다』는 온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영을 시작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근대2종으로 전향, 국내 각종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을 때에도 가족들은 여전히 달가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고2때이던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그는 4종목 중간합계에서 놀랍게도 4위에 올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취약종목인 크로스컨트리에서의 부진으로 비록 10위에 그쳤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2년 동안 그를 지도해온 국가대표팀의 김부열(김부열·35) 수석코치는 『체력·담력 등이 뒷받침돼 승마·수영·펜싱·사격 등 4개 종목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키(1m75cm)에 비해 체중(75kg)이 많이 나가 크로스컨트리가 약하다』며 『취약점을 보완하면 오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메달획득이 유력하다』고 말한다.
「타고난 근대 5종 선수」로 불리는 김은 자신이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매일 10여시간씩의 정규훈련을 마친 그는 파김치가 된 몸으로 1시간씩 모래밭을 달리고 있는데 체중이 조금씩 빠지면서 스피드가 붙기 시작한다고 즐거워한다.
국민학교 6학년때부터 합숙생활을 시작한 김은 훈련이 없을 때에도 고향집으로 가는 대신 합숙소에 붙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환갑이 지난 늙은 어머니의 부정기적인 수입으로는 한창 먹을 나이인 자신의 식성을 만족시켜줄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험난한 세파에 우울할 때도 많지만 오직 운동하나로 모든 것을 잊고 지낸다는 그는 이미 철인이 되어 있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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