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8년 김영남씨 납치했던 간첩 김광현 서울에 살고 있다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북에서는 '가택 연금', 남에서는 '은둔 생활'.

1970년대 전북 군산 선유도에서 납북된 고교생 김영남(45)씨는 현재 북에서 가택 연금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납치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 '김철준'이다. 김씨는 북한에서 요코타와 결혼한 뒤 대남공작의 교관으로 생활해 왔다.

반면 김씨를 납치했던 북한 공작원 김광현(68)씨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며 가정을 꾸렸으나, 90년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사실상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남북 분단이 빚은 비극이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14일 "2004년 9월 김영남의 실체를 알려준 북한 인사가 최근 김철준(김영남의 북한 이름) 가족이 가택 연금돼 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은 평양 외곽의 자택에 머물고 있으나 외부와의 접촉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현씨는 현재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는 귀순한 뒤 결혼했으며 대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언론 보도로 신분이 알려진 뒤 이웃집 주민들과 전혀 접촉하지 않고 있다. 김씨 아파트의 경비원은 "김광현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사람들이 집에 자주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청은 김광현씨에 대한 직접 조사를 위해 한국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 놨다.

78년 6월 전북 군산의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김영남씨의 납북 사실은 김광현씨가 80년 6월 서해안에 침투하다 체포되면서 드러났다. 자폭을 하지 않고 귀순의사를 밝힌 김씨는 당시 군 수사기관에 자신이 2년 전 17세이던 김영남을 납치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신의주방직공장에 근무하던 65년 초 노동당 대남기관에 선발돼 공작원 생활을 시작했다. 김씨는 귀순 당시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북괴의 적화 야욕을 분쇄하는 데 한몫하겠다"며 반성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관계 당국은 그때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았지만 90년대 초 언론보도로 김광현씨가 김영남씨를 납치한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국가안전기획부는 97년 11월 김영남씨와 이명우.홍건표씨의 납북 사실을 공개했다. 한 달 뒤에는 77년 전남 홍도에서 실종된 고교생 이민교.최승민씨가 북한에 끌려간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영남씨를 비롯한 납북 고교생은 '이남화(以南化) 환경관'에 배치돼 남파 공작원.안내원의 교육을 맡았다고 우리 관계 당국자는 귀띔했다. 이곳은 평양시 용성구역에 있는 봉화정치학교 공작원 초대소에 위치한 2㎞의 인공동굴. 입구에 2중 철제문을 통과하면 서울처럼 꾸며놓은 건물과 간판이 있는 300m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최성용 회장은 "조만간 김광현씨와 접촉해 김영남씨의 노모에게 과거의 잘못을 사죄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종.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