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번엔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거론하며 文정부 전방위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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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4일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다시 제기하면서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을 거론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에 대북 전단 살포를 막지 못하면 지난 정권과 다를바가 없다는 식으로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노동신문은 ‘대결을 조장하는 고의적인 도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한국의 탈북자들을 “인간쓰레기들”이라며 “남조선 당국은 이들의 망동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12일 경기 파주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 통일부가 이에 대해 “(대북 전단 살포 등을 중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전단 살포 중단에 협력을 요청하는 선에 그친 것을 두고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북한은 앞서 22일에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통일부의 조치를 겨냥해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같은 중대 문제를 놓고 협력 요청이니 뭐니 구걸질인가”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중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중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틀 후인 24일엔 북한 당국은 노동신문을 동원해 전단 살포 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얘기를 꺼냈다. 노동신문은 대북 전단 살포를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이 “북남 관계 기운을 가로막는 수법으로 써먹었다”며 “배후 조종하며 적극 부추기는 (중략) 교활한 술책”이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게 대북 전단을 막는 물리적 조치를 취할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공동대표(왼쪽)은 이날 "비극적인 사실들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대북전단을 살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공동대표(왼쪽)은 이날 "비극적인 사실들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대북전단을 살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또 지난 2016년 중국 북한식당에서 탈출해 국내 입국한 여성 종업원 문제도 별도의 기사로 거론하며 역시 박근혜 정부를 비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노동신문은 ”박근혜 패당은 뻔뻔스럽게도 (여성 종업원들의 탁북이)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떠들어댔다“며 “우리의 여성 공민들을 집단적으로 유인 납치한 박근혜 패당과 같은 흉악한 범죄자들은 국제법정에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이전 정부와는 차별화된 조치를 취하라는 압력이다.

중국 저장성 류경식당에서 탈북한 종업원들이 지난 4월 입국해 보호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 저장성 류경식당에서 탈북한 종업원들이 지난 4월 입국해 보호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은 지난 16일에는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일 당일에 회담 취소를 일방 선언했다. 전날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회담 개최에 합의했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이선권 위원장은 17일 “(한ㆍ미 연합훈련 등)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후 북한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자서전 발간 관련 국회 기자회견과 탈북 여성 종업원, 대북 전단 문제 등 대남 압박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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