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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청와대의 일자리 통계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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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청와대의 고용 상황 판단은 확고하다.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는 없다”고 밝힌 것이나 홍장표 경제수석이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가 줄었다는 걸 보여 주는 보편적 지표가 아직 없다”고 말한 데 이어 그제 “사실 일자리는 계속 늘고 있다”고 밝힌 반장식 일자리수석의 주장은 똑같다. 한마디로 고용 상황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용 쇼크’를 알리는 알람 벨은 요란스럽게 울리고 있다. 지난 3월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악이었다.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취업자 수는 최저임금 인상 직전인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했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 취업자 수도 11개월 만에 뒷걸음질쳤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관련 통계 기준을 바꾼 2014년 이후 최대였다. 그 결과 지난해 2~4월 30만 명대였던 취업자 수는 올 들어 석 달 연속 10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별문제 없다고 우기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반 수석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 증가를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으론 구직단념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6월부터 고용 여건이 회복된다”는 주장도 기업심리지수가 바닥인 상황에선 성급한 기대다. 국민 혈세로 떠받치는 공공부문의 정규직 확대를 두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었다”는 주장도 공감하기 어렵다.

지금 선진국은 ‘고용 축제’를 벌이고 있다. 일본 대기업들은 대졸 예정자는 물론 대학 3학년까지 입도선매에 나서고, 일본 중소기업들 사이에는 직원 구하기가 어려워 ‘인력 부족 도산’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우리도 이렇게 되려면 정부가 반시장적 정책을 멈추고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고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도 파란불이 들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