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조바심 난 트럼프, 문대통령에 ‘北 강경 돌변’ 해석 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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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태도 돌변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바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입장 변화에 대한 ‘해석’을 직접 구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백악관 관료들 사이에선 북한에 대한 불신과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20일 WP는 ‘트럼프, 북한의 강경 돌변에 대해 한국에 조언을 구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한이 태도를 강경하게 바꾼 배경 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해석’을 구했다”며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파악한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30분에 조금 못 미쳤다고 한다.

 이는 지난 16일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전격 중지한데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최근의 정세 변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WP는 “두 정상의 통화는 ‘북한이 비핵화 합의 도출에 진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우려가 백악관 내에서 확산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며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계획이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매파’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은 주변인에게 “(북·미) 회담이 잘 추진될 거라고 믿지 않는다”며 북한에 대한 ‘불신’을 거듭 드러냈다고 WP는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관료 역시 “남북 정상의 ‘평화 회담’이 희열감을 가져왔지만 (이젠) 현실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더 이상 비핵화를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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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또 다른 백악관 참모들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회담에 전념하고 있다. 계획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 측의 태도 변화와 무관하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가 예정된 싱가포르엔 북·미 정상회담 계획 이행을 위한 미국 측 선발대가 현지에 머무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이 주창한 리비아 모델과 선을 그은 뒤 북한에 체제 보장 및 경제적 보상을 약속하는 등 ‘북한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자신이 진정 만나고 싶어한다는 걸 이해시킴으로써, 북한과의 ‘쇼’가 계속 진행되길 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WP는 “김정은이 두 번째 방중(訪中) 이후로 태도가 바뀌었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배후로 공개 지목한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김 위원장의 1차 방중 당시(3월 말)에도 성난 반응을 보였었다고 전했다.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자신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고자 서한을 전달했었다고 WP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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