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북한하고 전쟁나면 총으로 맞아 죽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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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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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 운동에 투입됐던 일부 계엄군 간부들이 5·18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980년 당시 일어난 ‘주남마을 양민학살’ 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주남마을 양민학살’이란 광주에서 화순으로 가는 버스가 주남마을을 향할 무렵 길가에 매복해있던 공수부대원들이 버스를 향해 20여 분 간 총을 난사한 사건이다. 사건 당시 계엄군의 총에 맞았지만 살아있었던 청년 두 사람이 있었다. 공수부대원들은 ‘처리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들을 산으로 데려가 총살한 뒤 매장했다.

제작진은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공수부대 전 간부 ‘김 소령을 찾았다. 김 소령은 전역 후 장기간 공직에서 일하다 퇴직해 귀농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제작진을 만난 그는 “3000평에 가까운 밭을 운영하는데 힘들다”고 하소연부터 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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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령은 그 날의 일을 묻는 제작진에게 “나도 피해자다. 군인은 피해자 없나? 죽지만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어떤 피해를 입었냐”는 질문에 김 소령은 “군인이 장교로 진급 못 하면 피해자다. 계급장 하나만 더 달아 연금만 잘 탔어도 내가 이렇게 고생 안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군인들은 보통 중령으로 전역하면 (연금이) 한 280만원, 6급 공무원은 한 260~70만원. 나도 6급으로 나왔으니까 아무것도 아니지”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당시 부상자들을 보고 ‘처치하고 묻으라’ 명령했나”라고 확인하자, 김 소령은 “나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그게 왜 그렇게 됐냐면. 내가 헬기 요청을 했는데 헬기가 끝났어. 우리 철수해야 해. 그럼 헬기도 없고 철수를 못하잖아. 그러니까 나는 못하니까 데려가라 이제 그렇게 된 거지”라고 답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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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데려가라’고 했을 뿐이라는 김 소령. 두 청년이 어떻게 됐는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죽었다고 들었어. 내가 본 상황은 주머니에서 실탄이 나왔다는 거. 그건 폭도야. 분명한 폭도야.”라고 재차 강조했자.

또, “폭도면 총으로 쏴서 현장에서 사살해도 됩니까?”라고 묻는 제작진에게 김 소령은 욕설과 함께 “야, 참 한심하다. 우리가 북한하고 전쟁이 났어. 그럼 총을 쏴야 하냐, 맞아 죽어야 하냐. 어떤 게 맞는 거냐.”고 반문했다.

제작진은 “그럼 그날 버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폭도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했다. 김 소령은 “선의의 피해자가 있지 않았겠냐”며 피해자를 사냥 가서 총 잘못 맞아 죽은 사람에 비유했다. 그는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피를 토하고 환장하겠지. 하지만 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분들도 이건 이해를 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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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거 다 끝났잖아. 그럼 6.25전쟁도 60년 전까지 다 캐야 해? 한 번 캐봐. 60년 전도 다 이렇게 찾아다니면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주장하며 “내가 얘기하는 건 항상 말하지만 나도 피해자다”라고 강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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