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기KT배왕위전] 광막한 중앙 흑진이 승부처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제40기KT배왕위전'

<예선 하이라이트>
○ . 강동윤 4단 ● . 이세돌 9단

17세 때부터 계산력이 좋아지고 20세를 넘으면 최고조로 올라간다. 25세부터는 서서히 하향세에 접어든다. 바둑에서 드러나는 이런 패턴은 우리의 뇌와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을까. 혹 뇌가 우리의 근육보다 좀 더 빨리 성숙하고 좀 더 빨리 쇠퇴하는 것은 아닐까.

조훈현 9단은 50세가 넘어서도 정상권에서 활동하는 독보적인 존재다. 장수의 원인은 물론 100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한 재능 때문이다. 그러나 술을 한 방울도 못하는 체질 때문에 뇌의 퇴화가 늦어졌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세돌은 23세, 강동윤은 17세. 강동윤은 이제 시작이고 이세돌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들의 미래가 과연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궁금하다.

장면도(83~92)=백◎로 웅크린 수가 묘수여서 백은 깨끗이 살았다. '참고도' 흑1로 잇는 것은 백2, 4가 기다리고 있다. 6으로 끊기면 흑이 수 부족.

그렇다면 흑이 망한 것일까. 하변의 흑집이 다 무너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오래전부터 중앙 경영의 꿈이 있었다. 83으로 백? 한 점을 끊어 중앙을 크게 도모한다면 하변의 손실 따위는 조족지혈이라고 본 것이다.

91은 선택이 어려운 곳. A로 크게 에워싸고 싶은 장면이지만 이세돌은 꾹 참고 이어두었다. 강동윤 4단은 광막한 흑의 세력을 말없이 지켜본다. 특공대를 깊숙이 투입하는 것은 무모하다. 그렇다고 A 정도로 밖에서부터 깎는 것은 B로 막혀 그냥 질 것이다.

선택은 92였다. 신인왕다운 칼칼한 강수다. A로 포위당하면 어찌 살려는 것일까. 그러나 그 같은 정면 승부는 흑도 두렵다. 용서 없는 맹수 이세돌의 다음 한 수는 어디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