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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을 드세요'… 새싹채소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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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물만 줘 길러 먹는 새싹 채소가 요즘 인기다. 싱싱해서 맛있고 재배하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새싹채소 코너에는 요즘 사람이 몰리고 온라인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손미나(34·주부·경기도 파주시)씨는 지난해만해도 찬거리를 사기위해 1주일에 두세 번씩 장을 봤다. 요즘은 한번만 본다. 아파트에서 손수 키운 재료로 상을 차리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손 씨는 6개월 전에 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새싹채소 카페 ‘베란다농장’이다. 그녀는 이곳 회원 30~40명과 함께 브로콜리·무순·메밀 등 새싹채소 씨앗을 공동 구매한다. 구입한 씨를 물에 불렸다가 소쿠리 등에 1주일 정도 기른 뒤 요리해 식탁에 올린다. 제때 물만 줘도 잘 자라기 때문에 기르기가 수월하다.

손 씨는 요즘 손수 키운 새싹채소를 이용해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처음에는 샐러드나 토스트를 만들 때만 이용했지만 요즘은 국·찜 등을 할 때도 새싹채소를 넣는다. 비빔밥에 형형색색 새싹채소를 얹으면 식욕이 절로 돋는다. 삼겹살도 여러 가지 새싹채소와 함께 싸 먹는다. 과거 콩나물을 집 안방에서 물 줘가며 직접 길러 먹듯 여러 가지 채소 씨를 집에서 싹틔워 요리해 먹는 것이다.

새싹채소가 인기다. 2년여 전 매스컴을 통해 소개된 뒤 입소문을 타고 확산돼 최근 마니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다음·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새싹채소 관련 카페가 150여개나 된다. 이들 카페는 대개 400~5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1만 명이 넘는 카페도 적지 않다.

“카페를 오픈할 무렵에는 10여명 정도의 마니아들만 활동했는데 지난해부터 하루 평균 30~50명씩 가입하더니 얼마 전에 1만 명이 넘었어요. 다른 사이트 2곳에도 카페를 오픈했습니다. 합하면 2만5000명이나 돼요.” 베란다농장 카페 운영자 윤덕기(33)씨의 말이다.

회원들은 이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씨앗 고르는 요령, 재배방법, 음식 만드는 법 등 새싹채소와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는다. 한 회원이 새로운 품종을 재배했다는 수기를 올리면 댓글 수십 개가 순식간에 달린다. 대개 자신도 도전해보겠다며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다. 가까운 회원 집에 모여 갓 재배한 새싹채소로 요리를 만들어 먹는 등 오프라인 모임도 자주 갖는다.

옥션·G마켓·롯데닷컴 등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새싹채소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화초·꽃 등을 포함한 각종 재배용품 매출 중에 새싹채소와 관련된 씨앗·재배기 등의 비중이 25%나 된다.

옥션 관계자는 “올 들어 한 달 평균 1만5000개씩 팔려나가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의 3배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새싹채소 관련 상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속속 생겨나 요즘 수십 개 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TV홈쇼핑도 재배기와 씨앗을 묶어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좋은 시간대에 편성해 두고 새싹 마케팅에 가세했다. 백화점·대형할인마트 등도 앞 다퉈 새싹채소 전용 코너를 설치하는 등 온라인에서 주로 이뤄지던 새싹채소 판매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새싹채소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웰빙을 추구하는 식생활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길러먹으니 농약·방부제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타민·칼슘·철 등 영양소도 풍부한 편이다.

윤선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브로콜리 새싹의 경우 해독효소를 생기게 하는 물질이 다자란 브로콜리보다 50배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품종별로 어떤 성분이 많은지 정확한 연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기능성 성분은 다자란 채소에 비해 새싹에 더 많이 함유돼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새싹채소는 키우기도 매우 쉽다. 8시간 정도 불린 씨를 물 빠짐이 좋은 용기에 흩어 뿌린다. 이때 너무 촘촘하지 않게 씨를 흩어줘야 한다. 씨가 붙어 있으면 뿌리가 나기도 전에 썩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씨를 뿌리고 보통 하루가 지나면 뿌리가 난다. 뿌리가 완전히 내리기까지 3일 정도가 걸리는 데 이 시기는 빛이 들어가지 못하게 신문 등으로 빛을 가려준다. 빛 가리개를 걷고 3~4일 정도 더 키워 수확하면 된다. 물은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정도 주면 된다.

비용도 저렴하다. 4인 가족이 한 끼 식사를 위해 1000원 정도만 들이면 된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순무·메밀·브로콜리 등 6가지 씨앗이 각각 50~100㎖씩 들어있는 상품이 5000원 대, 10가지 씨앗이 든 상품이 9000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재배기는 5000원 대부터 5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윤덕기 씨는 “자녀 교육에 더없이 좋다. 아이에게 물주는 일을 맡기면 책임감도 생기고 자연학습이 저절로 된다. 야채를 안 먹던 아이도 직접 키우게 하면 대부분 잘 먹는다”고 말했다.

씨를 고르는 데는 어느 정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텃밭용 씨와 새싹용 씨는 다르기 때문이다. 텃밭용 씨는 유통 기간을 늘리기 위해 약품 처리를 하는 게 보통이다. 흙에서 키울 때는 생장 기간이 길어 재배할 때쯤이면 이들 약품이 흙에 녹아 없어진다. 새싹은 재배기간이 7일 정도로 짧아 약품처리가 되지 않아야 한다. 씨를 물에 담갔을 때 색이 번져 나오면 약품 처리된 씨다.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공동구매를 이용하면 새싹채소용 씨를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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