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폐 부분 절제해 난치병 어린이에 이식, 국내 첫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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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 소아청소년과 송미경 교수, 임성균 군, 임 군 보호자, 흉부외과 박샘이나 교수, 소아청소년과 서동인 교수 [서울대병원]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 소아청소년과 송미경 교수, 임성균 군, 임 군 보호자, 흉부외과 박샘이나 교수, 소아청소년과 서동인 교수 [서울대병원]

임성균(7) 군은 지난해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가슴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았는데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성균이와 같이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국내에 약 5000명 정도다. 진단을 받은 이후 평균 생존기간이 2년 남짓이다.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영태, 소아과 서동인 교수팀은 성균이를 살리기 위해선 폐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어린 성균이에게 적합한 폐를 기증할 만한 뇌사자 어린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기약없이 기다리던 성균이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김 교수팀은 지난 3월 11일 성인 뇌사자의 폐를 부분 절제해 소아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성균이는 국내에서 처음 이뤄진 성인-소아 간 폐 부분 절제 이식 수술의 첫 수혜자가 됐다.김 교수팀은 뇌사한 성인의 폐 오른쪽 하엽(아랫 부분)과 왼쪽 하엽을 잘라내 성균이에게 이식 했다. 수술 두달 여가 지난 현재 성균이는 별 문제 없이 산소장치를 떼고 퇴원 준비 중이다.

지난해 6월 김 교수팀이 22개월 유아에게 최연소 폐이식을 성공시킨 뒤 폐이식을 기다리는 소아 환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전에는 폐 공여자와 이식 받을 환자의 키와 폐 크기 차이가 비슷할수록 우선순위가 높았다. 그러다보니 뇌사자가 드문 소아, 영유아는 불이익을 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러한 우선순위 항목이 삭제되면서 성균이처럼 성인 환자의 폐를 절제해 이식하는 수술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영태 교수는 “이식 관련 법 개선으로 성인 폐를 일부 잘라 소아에 이식하는 수술 방법을 사용해 소아 폐이식 대기환자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아 환자들도 폐이식으로 새생명을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부쩍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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