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5·18 유가족은 맨바닥서 식사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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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유가족쉼터에 돗자리와 각종 생활용품들이 널려 있다. [뉴스1]

제 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유가족쉼터에 돗자리와 각종 생활용품들이 널려 있다. [뉴스1]

국립 5·18민주묘지 관리소 내 유가족 쉼터는 5·18 유가족들이 해마다 5·18 기념식 직후 마땅한 장소가 없어 땅바닥에서 식사를 해결한다는 지적 등이 나오자 지난 2014년 만들어진 공간이다. 건립에만 국비 16억원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제 용도로 알맞게 활용되고 있을까?

17일 관리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월 민주묘지 안에 지어진 유가족 편의시설은 연면적 841㎡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편의시설 내 쉼터가 생겼으나 유가족들은 또다시 맨바닥에서 식사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 건물에 소장실과 접견실·세미나실 등이 들어서면서 공간이 부족해 동시에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추모제를 끝낸 유가족들은 쉼터 안에 있는 집기를 밖으로 꺼내 맨바닥에 은박지롤을 깐 후 휴식을 취했다. 제38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18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쉼터가 지어진 후에도 이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이 건물에 소장실·접견실 등이 들어선 탓이다. 현재 건물 1층에 자리한 유가족 쉼터는 대략 20평 안팎으로 2층 소장실·접견실 면적과 거의 비슷하다.

이날 유가족들이 1층 맨바닥에서 휴식하는 동안 2층 접견실은 종일 굳게 문이 잠겨 있었다. 때문에 5·18 행사 기간만이라도 접견실을 개방해 유가족 등 편의시설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관리소 측은 예전 소장실이었던 관리소 건물 안 회의실을 다시 소장실로 바꾸는 등의 계획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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