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꽃놀이패'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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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 1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9보(103~119)=백의 손길이 하변을 떠나 104로 중앙을 향했다. 탕웨이싱 9단은 반상을 한차례 크게 둘러본다. 그러더니 당장 급한 곳은 없다고 생각한 듯, 105로 늘어 안전하게 하변 흑을 지켜뒀다. 105, 이 한 수로 더는 하변 흑은 미생이 아니다. '참고도1'의 백1로 집 모양을 없앤다고 해도, 흑2로찝는 수가 있어서 손쉽게 우하귀 흑돌과 연결된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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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변 흑이 완전히 살았다면, 이제는 '참고도2'의 흑1로 '패'를 걸어 되레 좌하귀 백마를 괴롭혀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거다. 흑이 '꽃놀이패'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참고도1

참고도1

백이 살기 위해 백2로 패를 따내고 백4(흑1 자리)로 이으면, 하변 흑돌의 수가 메워져서 흑7로찝는다고 해도 1선으로 넘어갈 수 없다. 교묘하게 자충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제대로 수읽기를 하지 않고 덜커덕 수를 내러 갔다가는 된통 망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비롯된다.

참고도2

참고도2

이제 반상의 급한 불은 모두 진화됐다. 흑백은 성실하게 여백을 찾아 집짓기에 나설 차례다. 110은 우상이 모두 흑집으로 굳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수단. 그렇다면 흑은 얄미운 방해꾼을 곱게 보내줄 수 없다. 117, 119로 이리저리 괴롭혀 본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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