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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 바쁘게 걷는 당신, 청담동에서 차 한 잔 어때요?

중앙일보

입력

전통 방식으로 찻잎을 우려내는 모습. [사진 티컬렉티브]

전통 방식으로 찻잎을 우려내는 모습. [사진 티컬렉티브]

“조금 기다렸다가 다 우러나면 드세요”

차(茶)를 주문하면 흔히 듣는 말이다. 차 문화에는 기다림이 있다. 찻잎이 따뜻한 물에 충분히 우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빨리빨리’에 지친 현대인들이 차 문화에 끌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지 모른다. 지난 봄, 카페와 술집이 즐비한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맞은 편 골목에 조용하고 느린 공간이 들어섰다. 한국의 전통차를 판매하는 티하우스, ‘티컬렉티브(Tea Collective)’다.

티컬렉티브는 아트 디렉팅 스튜디오 ‘아트먼트뎁’이 경남 하동의 차 농장과 협업해 만든 브랜드다. 수많은 카페가 나타났다 사라진 압구정 로데오거리 일대에서 핫하게 떠오르는 찻집이다. 2016년 8월 퀸마마마켓 1층에 팝업스토어 형태로 오픈했다가 지난해 4월말 단독 숍으로 오픈했다. 차 문화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풀어내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서도 화제다. 해시태그 ‘#티컬렉티브’는 3000개, 영문 ‘#teacollective’는 4500개가 넘었다.

티컬렉티브의 외관.

티컬렉티브의 외관.

지난 15일 늦은 오후 티컬렉티브를 찾았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로 나온 뒤 뒤돌아 걷다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나온다. 출구에서부터 도보로 2분 거리.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가게 문 앞에 화분들이 놓여 있고, 유리창 너머로 벽에 진열된 다기들이 보인다.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은 내부 인테리어. 인테리어 디자인은 모회사 아트먼트뎁이 맡았다.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은 내부 인테리어. 인테리어 디자인은 모회사 아트먼트뎁이 맡았다.

매장 내에 있는 모든 테이블은 수작업 제작 가구다.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빈티지 가구와 식물을 배치했고 차 관련 소품들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다.

매장 내에 있는 모든 테이블은 수작업 제작 가구다.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빈티지 가구와 식물을 배치했고 차 관련 소품들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공간은 테이블과 의자, 카운터 겸 바로 이뤄져 보통의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팟클래식이 꽂혀있는 스피커와 선반에 늘어선 해외 잡지 등을 봐서는 전통차를 파는 공간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라탄 소재 의자에 하얀 패브릭, 코르크 쟁반, 군데군데 놓인 초록 식물들은 한국의 전통가옥이 아닌 동남아의 한적한 리조트를 떠올리게 한다.

티컬렉티브의 김미재 대표는 “바쁜 도심 속에 쉼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건강한 재료를 고집하는 브랜드 철학에 맞춰 공간도 자연주의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카운터 옆으로 전시된 7가지 전통차의 찻잎들. 간단한 소개와 효능도 함께 읽어볼 수 있다.

카운터 옆으로 전시된 7가지 전통차의 찻잎들. 간단한 소개와 효능도 함께 읽어볼 수 있다.

차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하동의 농장에서 공수한 7종의 전통차, 과일의 상큼함이 강점인 비타민차, 우유가 들어간 밀크티다. 전통차에는 녹차·홍차·감잎차·호박차·유자차·생강차·쑥차가 있다. 풍미와 향이 좋은 쑥차와 호박차가 꾸준한 베스트셀러다. 차와 곁들일 베이커리류로는 쑥과 생강이 들어간 스콘, 바나나와 홍차가 들어간 파운드케이크가 있다. 이 중 전통차와 잘 어울리는 쑥스콘이 인기다. 전통차는 한 잔에 7000원, 비타민차는 8500원, 밀크티 종류는 8500~9000원이다.

메뉴판에는 각 차의 효능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붙어 있다. 차 소비를 늘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차의 맛과 향, 그 효능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티컬렉티브의 목표다. 김미재 대표는 수시로 하동을 오가며 찻잎을 직접 구해온다. 농장 주인과 차에 대한 열정과 지식을 공유하며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국내 전통 차는 예로부터 치료·치유의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효능적인 요소들을 중요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효능을 유심히 읽고 솔잎 비타민차를 골랐다. 이 차에 대한 설명은 ‘만병통치약이라고도 알려진 시원한 솔잎에 담백하고 부드러운 쑥을 블렌딩한 비타민차’였다.

솔잎 비타민차와 말린 참외.

솔잎 비타민차와 말린 참외.

 투명한 현대식 다기에 노란 빛의 비타민차가 담겨져 나왔다. 비타민 차의 새콤한 맛 속에서 솔잎의 시원함과 은은한 쑥 향이 느껴졌다. 곁들여 나온 디저트가 인상적이었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참외를 슬라이스해 씨 채로 말린 간식이다. 참외 본연의 단맛이 과하지 않아 달달한 차와도 잘 어울린다. 말린 참외 외에도 토마토·사과 등 말린 과일 디저트를 주문한 차와이 어울리게 제공한다. 한 봉지 3500원에 판매도 하고 있다.

별도 판매하는 말린 과일 디저트.

별도 판매하는 말린 과일 디저트.

가벼운 식사 대용 메뉴도 있다. 홈메이드 대추 그래놀라와 계절과일에 강원도에서 가져온 유기농 야생화 꿀이 들어간 그릭 요거트, 비건 자색고구마 크래커와 바나나 등에 귀리 우유를 부어 먹는 오가닉 시리얼 등이다. 호밀빵에 으깬 아보카도와 바질페스토, 반숙 계란 등을 올린 아보카도 에그 플래터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요거트는 9500원, 시리얼 9000원, 아보카도 에그 플래터 1만 5000원.

귀리 우유, 비건 자색고구마 크래커, 대추 크래커, 바나나로 구성된 오가닉 시리얼. [사진 티컬렉티브]

귀리 우유, 비건 자색고구마 크래커, 대추 크래커, 바나나로 구성된 오가닉 시리얼. [사진 티컬렉티브]

간편한 식사로 손색 없는 아보카도 에그 플래터. [사진 티컬렉티브]

간편한 식사로 손색 없는 아보카도 에그 플래터. [사진 티컬렉티브]

찻집이지만 커피도 있긴 하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핸드 드립 커피다. 원두는 호주의 듁스 커피를 쓴다. 김 대표는 “천천히 내려 마시는 방식, 최상급 품질의 원두를 제공하는 브랜드의 철학이 티컬렉티브와도 맞아서 차와 비슷한 형태로 매장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컬렉티브의 손님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찻집’이라고 해서 중년이나 학부모들만의 공간이 되진 않았다. 이날도 20대 젊은 여성들이 차와 디저트를 즐기며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커피를 파는 공간이 너무나도 많이 생기고 또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친 현대인들이 커피를 대체할 다양한 음료를 찾으면서 차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젊은이들이 차를 즐겨 마시는 문화가 형성될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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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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