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이려다 여당에 패싱···민주평화당 "뒤통수 맞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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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이 더불어민주당에 단단히 화가 났다.

민주평화당 장병완(오른쪽) 원내대표와 조배숙 당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장병완(오른쪽) 원내대표와 조배숙 당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안을 본격 심사할 예결특위가 16일 오전 10시부터 열렸지만 평화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추경안 심사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신의를 져버렸고 평화당은 뒷통수를 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이번 추경안은 단 한번 예결위를 열어서 예산 심사를 끝내자는 것”이라며 “졸속 심사가 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라다운 나라라면 (한국지엠 문제 등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전북 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겨야 한다”며 “이번 추경은 일자리 문제가 절박한 곳에는 생색만 내고 있다. 부처들이 본예산에 편승하려다 삭감된 예산을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5월18일은 광주의 큰 기념일인데 민주당이 17일에 예결위를 열고 18일에 본회의를 열자는 것은 광주 개혁세력에 대한 배신”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적폐라고 공격하던 자유한국당과 야합해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을 무시했다. 평화당은 국회의장 선출을 비롯한 하반기 원구성과 모든 일에 대해 여당과 협조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못박았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줄곧 민주당과 함께 보조를 맞춰오던 평화당이 갑자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14일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막판에 평화당이 '패싱' 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오후까지만 해도 평화당 의원의 본회의 전원 참석이 개회의 필수 조건이 되면서 평화당의 몸값은 상종가를 달렸다. 캐스팅보트인 평화당이 국회정상화 이후 추경안 심사에서 호남 예산 확보와 국회의장 선출 등의 사안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평화당 의원들이 이날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14일 극적으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김동철 원내대표(왼쪽 첫 번째) 등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얘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14일 극적으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김동철 원내대표(왼쪽 첫 번째) 등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얘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민주당과 극적으로 18일에 특검법안과 추경안을 동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평화당은 긴급의총 등을 이유로 다같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장병완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처음에 민주당과 21일 처리로 합의하고 본회의장에 입장해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바른미래당과 18일로 전격 합의했다는 사실을 아무한테도 연락받지 못했다"며 "굳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평화당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화당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원내 1,2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18일 추경·특검 동시 처리를 함께 밀어붙이고 있어 본회의가 연기될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은 특검 출범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특검을 먼저 받고 추경을 뒤늦게 통과시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입장이어서 18일 동시 처리가 변경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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