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문체부 엄포로 중국인 덤핑관광 멈출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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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영주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영주 산업부 기자

김영주 산업부 기자

없는 살림에 큰 횡재를 했을 때 ‘빈집에 소 들어간다’고 한다. 2011년 200만 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5년 만에 800만 명으로 불어난 게 그렇다. 여행업은 역할이 나뉘어 있다. 중국 여행사가 현지에서 관광객을 모집하고, 이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 한국 여행사가 서비스한다. 정상적이라면 손님한테 여행비용을 받은 중국 여행사가 한국에 돈을 내야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주객이 바뀌었다. 한국 여행사가 중국 여행사에 관광객 수만큼 지급하는 ‘인두세’는 이렇게 생겼다.

소한테도 나쁘진 않았다. 한국에 가면 ‘진짜’ 명품을 중국보다 싸게 살 수 있었고, 바르기만 하면 한국 여배우처럼 될 것 같은 한류 화장품이 그득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어쨌든 면세점은 한국 제품을 팔고, 여행사는 면세점서 주는 송객수수료로 돈을 벌고, 중국인 여행객은 나름 만족했으니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하지만 중국산 소는 소몰이꾼보다 상술이 더 뛰어났다. 면세 혜택과 면세점·여행사가 뿌리는 할인 쿠폰·상품권을 통해 한국산 화장품을 싸게 사서 중국에 내다 파니 이문이 쏠쏠했다. 처음엔 일부 업자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는 한국을 찾는 상당수의 중국인이 이런 방법을 쓴다. 위챗(微信)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했다. 소몰이꾼은 이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갖은 정성을 쏟아야 했다. 소가 소몰이꾼의 상전이 된 셈이다. 이제 와서 면세점·여행사는 수수료·판관비 증가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고 볼멘소리다. 보따리상의 싹쓸이 타깃이 된 한국화장품도 결국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 제품을 위챗 등에서 싸게 살 수 있는데, 누가 백화점에 가서 제값 주고 사겠는가.

최근 중국 단체관광객이 늘면서 서울 4박에 288위안(약 4만9000원)짜리 저가상품이 등장했다는 기사(중앙일보 5월 4일자 1면)에 독자들은 ‘참담하다’는 반응이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저가·저질 상품을 파는 여행사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단체관광을 취급할 수 있는 전담여행사제도를 통해 문제가 있는 여행사는 퇴출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업계의 꼼수는 다양하다. 전담여행사를 인수·합병하거나 바지사장을 내세워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면 그만이다. 퇴출에 대비해 법인을 여러 개 내는 여행사도 있다. 업계에 파다한 이 꼼수를 문체부 담당자가 모를 리 없다. 제대로 관리·감독을 안 했기 때문에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을 뻔히 알면서 ‘엄단’ 타령만 또 하고 있다.

김영주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