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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기사 9만건 작업···네이버 뜨면 '메인 확보' 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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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사진)씨가 김경수(현 경남지사 후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접촉한 2016년 9월 20일께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커지던 시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측근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 운영과 설립에 깊이 개입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도 이날이다. 드루킹은 바로 다음달인 10월부터 댓글 조작을 한 것으로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또 11월에는 김경수 후보에게 십시일반으로 27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보냈다. 시간 흐름 순으로 보면 보도가 나오고 김 후보가 드루킹을 찾고, 이후 댓글작업과 후원금 지원이 차례로 진행된 셈이다. 그해 9~11월 사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최순실 사태 직후 드루킹 행적 #국정농단 의혹 나오자 김경수 만나 #블로그에 “노무현의 칼 될 것” 올려 #최측근 초뽀의 USB 속 엑셀파일엔 #기사 제목에 활동사항등 상세 기록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드루킹과 김경수 후보 간에 당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캐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달 16일(2차 기자회견) 그 만남에 대해 “사무실에 갔더니 소위 말하는 전문 직종에 있다는 그 회원들과 인사 상견례를 하고 대선 후에 이런 정책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드루킹을 처음 만난 건 2016년 총선(4월 13일) 직후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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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서도 이 시기부터 본격적 활동이 이뤄진 정황이 포착된다. 드루킹은 2016년 9월 16일 올린 글에서 “문재인을 지키고 2007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칼을 뽑아들겠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8년 동안 정치권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동교동과 저들의 계략을 꺾을 수 있다면 이번 기회에 죽은 노무현의 칼이 되겠다”는 표현도 나온다. 그 나름의 출사표 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

드루킹은 이날부터 더불어민주당 온라인 가입 운동도 전개했다. 민주당 내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 대통령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당원인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가입을 독려했다.

드루킹은 10월부터 댓글 조작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구체적 성과 측정까지 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드루킹의 측근 ‘초뽀’ 김모씨로부터 확보한 USB에는 2016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9만여 개 기사의 일련번호-기사 제목-기사 주소(URL)-활동사항-선플작업-네이버 메인 확보 여부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네이버의 메인 기사로 선정될 경우 ‘비고’란에 ‘메인 확보’라고 표식을 남겨 실제 댓글 조작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냈는지도 기록으로 남겼다.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관련 지침도 나온다. 킹크랩을 이용해 작업한 사람은 10명 안팎의 핵심 회원이고 나머지는 공용대화방에서 작업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중 ‘선플작업’의 경우 그해 9월 초 창립된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문팬’)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시 창립총회(9월 3일)에서 문 대통령은 “SNS 공간에서 대대적인 선플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독려했다. 이를 두고 드루킹이 운영에 관여한 ‘경인선’ 블로그에는 “깨어 있는 의식들이 하나로 모여 한몸으로 움직일 때에만 가능하다. 악의적인 댓글이 보이면 비공감을 누르거나 심한 악플에는 신고를 해주셔도 좋다”는 글이 올라왔다. 겉으로는 선플운동이라지만 조직적 여론전을 암시한 듯한 구절이기도 하다.

경찰은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 200여 명이 그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5만~10만원씩 김경수 후보에게 후원금 2700만원을 보낸 대목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초뽀의 USB에 담긴 후원금 리스트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은 200여 명 중 80%가량이 11월 17일부터 개인 계좌를 이용해 김 후보 후원회 공식 계좌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공모 단체 자금이 투입된 ‘쪼개기 후원금’이 아닌지 수사 중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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