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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m 상공서 창문 와장창···온 몸으로 승객구한 기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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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석 창문 깨진채 착륙 중인 쓰촨항공 여객기(왼쪽)과 깨져나간 조종실 창문(오른쪽)[중화망, 신랑재경 캡처=연합뉴스]

조종석 창문 깨진채 착륙 중인 쓰촨항공 여객기(왼쪽)과 깨져나간 조종실 창문(오른쪽)[중화망, 신랑재경 캡처=연합뉴스]

고도 1만m 상공서 조종석 유리창이 깨지는 비상 상황에서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킨 중국 기장에게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중국 쓰촨항공 소속 류촨젠 기장은 충칭에서 라싸로 향하는 에어버스 A319 여객기를 맡아 조종했다.

이륙 1시간 뒤 청두 상공에서 갑자기 조종실 오른쪽 유리창이 깨지며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리창이 갑자기 터지듯 깨진 탓에 기장과 부기장은 미처 대처할 틈도 없이 사고를 수습해야 했다.
사고 당시 비행고도는 3만2000피트(9750m)였고 기온은 영하 40도였다.

류 기장에 따르면 당시 조종석 기온이 급속히 떨어졌고, 기압 탓에 기장과 부기장의 귀에 통증이 시작됐다.

깨진 유리 조각이 조종석으로 날아들었고, 심지어 부기장은 깨진 창문에 반쯤 걸쳐진 위험한 자세로 비행을 이어갔다.

류 기장은 현지 언론 훙싱(紅星)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고도에서 시속 800∼900㎞로 비행하는 것은 마치 영하의 하얼빈 도로에서 차 창문을 열고 시속 200㎞로 달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류 기장은 수평계에 의지해 강제 착륙을 시도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육안만으로 착륙이 가능했고, 비행기는 사고 발생 20분 만에 공항에 착륙했다.

현지 언론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기장의 침착한 대응으로 대형 사고를 막았다고 평가한다.

착륙 후 진료를 받은 27명에게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승객 한명과 부기장이 경상을 입었다.
조종실과 객실이 분리돼 승객들에게는 온도와 기압 저하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 현지에서는 긴박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착륙한 기장을 '중국의 설리 기장'이라 부르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설리 기장은 지난 2009년 1월 새떼와 부딪혀 엔진이 모두 꺼진 상황에서 빠른 판단으로 비행기를 허드슨 강 위에 불시착시켜 탑승자 155명 전원을 구한 주인공으로 그의 일화를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 부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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