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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북핵·ICBM 수개월 내 해외 반출 논의하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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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1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1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을 이끄는 미국의 핵심 관료들이 잇따라 북한 비핵화 관련 논의가 과거 어떤 핵합의보다도 빨리 이루어질 것이라 강조하고 나섰다. ‘빠른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획기적 보상이 북·미 간 논의의 핵심임을 짐작하게 한다.

외교 소식통 “대가는 제재 일부 완화” #이종석 “김정은, 핵리스트 건넬 수도” #볼턴 “비핵화 협상 빠르게 진행될 것 #트럼프는 협상할 줄 아는 대통령” #방북 미 관리 “2020년 비핵화 완성”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quickly denuclearize)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에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던 브라이언 훅 국무부 선임 정책기획관은 아예 북한 비핵화 완성 시한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인 2020년”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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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 기획관은 미국 PB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첫 임기 4년이 끝날 때까지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의지만 있다면 그렇다. 가능하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관료가 ‘트럼프 첫 임기 내 북한 비핵화’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정상회담 논의가 실무적 차원에서 상당히 진행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20년은 미국과 북한 모두에 중요한 시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치러지는 한편 북한에선 김정은의 야심작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종료된다.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 건설이란 가시적 성과가 각각 트럼프와 김정은에게 필요하다는 의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미국의 소리(VOA)와의 대담에서 “북한은 긴 협상에서 얻어낼 게 많지 않으며, 그렇기에 (비핵화) 협상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인사들이 한결같이 ‘빠른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는 데는 단계별 조치와 연계해 보상만 챙기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핵 폐기’와 ‘핵 보유 능력 불능화’까지 최대한 조기에 끌어내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볼턴 보좌관이 ‘북한이 과거처럼 실제로 (비핵화) 행동에 옮기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번에 북한이 만나는 사람은 ‘다른’ 미국 대통령이며 그 대통령은 협상을 할 줄 알고 있으며 지키는 법도 알고 있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를 강조하며 그가 북한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고 ‘빠른 비핵화’를 일궈낼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조기에 국외로 반출하는 방안이 현재 북·미 간에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회담 뒤 최소 수개월 내에 북한이 이런 조치들을 이행하고, 그 대가로 대북제재 일부를 즉각 완화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양쪽 모두 비핵화와 보상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와 그에 따른 제재 해제 시일을 단축하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목록을 제시하는 과감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 등이 다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PVID)’를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PVID의 정의에 대해 “과거처럼 여러 단계로 쪼개서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도 “한·미는 PVID를 이룩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량살상무기(WMD)가 북·미 정상의 회담 테이블에 올라갈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볼턴 보좌관은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 없이도 더 안전해진다고 믿는다면 그 무기들을 포기하는 건 (북한에)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고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해 WMD 이슈가 함께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볼턴은 그러나 “주한미군 문제는 협상카드(bargaining chip)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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