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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풍계리 폐쇄에 일본도 전문가도 초청서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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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1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폭발ㆍ폐쇄 현장(23~25일)에 한국과 미국 등 언론인을 초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는 초청 대상에서 빠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포괄적 핵실험 금지기구(CTBTO)와 같은 국제기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보여주는 첫 이벤트라 할 수 있지만 전문가가 빠질 경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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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전문가 초청은 청와대가 줄곧 강조해온 사안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은 북부(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라 말했다”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ㆍ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폐쇄 현장에 유엔이 함께해 폐기를 확인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 공보는 “국내 언론기관들은 물론 국제기자단의 현지 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만 했다. 취재활동과 관련한 교통ㆍ숙소ㆍ기자센터 마련 등 구체적인 편의 조치까지 발표했다. 그런데도 공보 내용만 보면 전문가 참석은 배제된 상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여러가지를 고려했을텐데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는 모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북한의 발표만 보면 사전에 갱도 공개 등 실질적인 사찰 활동이 가능한지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 전문가들은 핵실험 뒤 지하 터널에 남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등 핵 물질 시료를 채취하면 현재 남아있는 재고량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한 핵과학자는 “앞으로 이어질 사찰 과정을 통해 1~6차 핵실험 과정에서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꼭 알아야 하는데, 북한은 실제로는 고농축우라늄탄을 사용했는데도 플루토늄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실험장의 폐쇄보다 정확한 검증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 당시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던 6자회담 참가국 언론사가 현장을 취재했다. 그러나 이번엔 한국ㆍ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영국 언론으로 한정했다. 2008년과 달리 일본이 빠지고 영국이 들어갔다.

 영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 보유국으로 북한과 외교관계도 맺고 있다. 유엔 제재를 풀기 위해선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역할이 중요하고, 경제가 개방되면 유럽국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이 빠진 것은 그동안 ‘완전한 비핵화(CVID)’ 해법을 강조하며 최대한의 압박을 이어온데 대한 반감일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북ㆍ일 정상회담을 두고 기선제압용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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