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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숨진 아파트 화재 ‘남편 방화’로 결론…남은 의문점은

중앙일보

입력

29일 오전 5시 42분쯤 부산 동래구 수안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해당 아파트 안방에서 자고 있던 일가족 4명이 대피하지 못해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5시 42분쯤 부산 동래구 수안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해당 아파트 안방에서 자고 있던 일가족 4명이 대피하지 못해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부산 아파트 화재는 남편이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11일 동래구 수안동 H아파트 화재 사건의 최종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감식 결과와 수사 상황을 종합해볼 때 부동산 투자 등으로 아내와 자주 다툰 남편 박모(46)씨는 아내가 외출한 사이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씨와 잠자던 세 아들(13살·11살·8살)은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남편 박씨가 아파트 투자 문제로 인해 부부 간 갈등이 있었고, 여기에 직장 스트레스까지 겹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측했다.

일가족 4명이 숨진 안방의 출입문 부근에서 발화가 시작 된 것으로 보아 박씨는 세 아들이 잠을 자는 사이 일회용 라이터로 빨래에 불을 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박씨 단독 범행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박씨가 방화 며칠 전 가족 등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남겼고, 박씨와 아내가 함께 아파트 등에 투자했다가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괴로워했다는 점, 직장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방화 동기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박씨의 방화가 유력하게 의심되는 상황이나 박씨가 숨져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할 예정이다.

한편 박씨 유족은 경찰 수사 결과에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있다며 경찰에 수사자료 열람을 신청할 예정이다.

박씨 유족은 경찰 발표대로라면 스스로 불을 낸 박씨가 유독가스를 참으며 누워있었고, 잠자던 아이 3명이 강한 열기에도 깨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화재 현장에 처음 진입했던 동래소방서는 불이 났는데도 일가족 4명이 모두 침대와 방바닥에 반듯하게 누워 숨진 점 등이 일반적인 화재 패턴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3월 29일 오전 5시 42분쯤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1층 안방 입구 거실에서 불이 나 안방, 거실, 부엌 등을 태웠다.

화재 당시 안방에서는 박씨와 세 아들이 잠을 자고 있었고, 박씨 아내는 전날 계 모임을 나가기 위해 집을 비운 상태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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