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담보대출 사기 휘말린 동양생명에 '기관경고'

중앙일보

입력

2016년 말 육류담보대출 사기로 38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본 동양생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 대심 방식 제재심 후 영업정지→기관경고 #"차주 신용상태·담보물 실재성 확인 소홀" #임원에는 주의, 직원에는 면책~주의 제재

금융감독원은 10일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 9시간 가량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동양생명에 대한 조치 안을 심의했다. 회사에 대해서는 기관경고를 내렸다. 관련된 임원에는 주의적 경고를, 직원에는 면직~주의 제재를 의결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뉜다. 임직원에 대해서는 면직, 정직, 감봉, 견책, 주의 순으로 제재 수위가 낮아진다.

동양생명

동양생명

동양생명은 2007년부터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했다. 수입 고기를 유통하는 업자가 상품을 창고에 맡긴 뒤 창고업자에게서 담보확인증을 받아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수입 고기는 수개월 안에 팔리기 때문에 대출 기간은 짧지만, 금리가 높아 일부 2금융권 회사에서 취급했다.

하지만 2016년 검찰 수사에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유통업자 등 40여명이 담보로 잡힌 수입 고기 규모를 부풀리거나 이중 담보를 잡는 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것이 드러났다. 이들은 14개 금융회사에서 5800억 원어치 대출을 받았고 그 중 동양생명 몫은 3800억원이다. 2015년 보고펀드로부터 동양생명 지분을 인수한 안방보험은 "보고펀드가 육류담보대출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국제중재재판소에 소송까지 냈다.

금감원은 제재심 결과 "동양생명이 장기간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차주의 신용상태와 담보물 실재성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했다"며 "차주에 대한 채무 상환 능력 평가 없이 대출 한도를 계속 늘리는 등 보험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내린 징계 수위는 금감원이 동양생명에 사전 통보한 것보다는 약해진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3월 동양생명에 기업대출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징계 수위가 낮아진 것은 지난달부터 도입된 대심 방식 때문으로 보인다. 재판처럼 동양생명 측과 금감원 검사 부서가 동석하고, 제재심의위원 질의에 번갈아 답변하는 식이다. 동양생명은 중징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달 26일 열린 제재심의위에서도 동양생명 측 진술 절차가 끝나지 않아 이날 속개했다. 이날 6개 의견진술 이후 벌어진 공방 과정에서 징계 수위도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조만간 금융감독원장 결재를 거쳐 제재 내용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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