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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몰래 ‘재테크’로 돈 모아 90억 기부한 美 여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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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복지센터에 90억원 가까이 쾌척한 실비아 블룸의 생전 모습. [뉴욕타임스]

뉴욕 복지센터에 90억원 가까이 쾌척한 실비아 블룸의 생전 모습. [뉴욕타임스]

미국 뉴욕의 한 로펌에서 한평생 비서로 일했던 평범한 여성이 90억원에 가까운 돈을 기부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6일 뉴욕타임스는 96세의 나이로 최근 사망한 이 지역 여성 여성 실비아 블룸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블룸은 지난 2월 미국 뉴욕의 사회복지기관인 헨리 스트리트 세틀먼트에 624만달러(약 67억원)을 기부했다. 이 금액은 해당 기관이 설립된 1894년 이후 가장 큰 돈이었다고 한다. 또 자신의 모교인 헌터대학에도 200만달러(약 21억원)을 쾌척했다. 합치면 90억원에 가까운 돈을 기부했다.

블룸은 2016년 은퇴할 때까지 67년간 평균 연봉 5000만원을 받으며 한 로펌에서 일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도 한평생 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돈이 있었다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블룸은 어떻게 수십억을 쾌척할 만큼 많은 돈을 모았을까.

블룸은 성실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며 재테크도 꾸준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의 상사들은 성실한 그녀에게 주식 투자 심부름도 시키곤 했는데, 그때마다 블룸은 자신의 월급으로 살 수 있는 만큼 주식을 사곤 했다. 뉴욕 최고 변호사들의 투자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블룸은 뉴욕의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살며 평생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다. 동료들은 그를 '눈보라 치는 날에도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블룸은 2001년 9·11테러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을 때도 택시를 타지 않고 브루클린 다리를 걸어서 건넌 다음 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고 전했다.

그렇게 블룸이 70년 가까이 일하며 차곡차곡 모은 돈은 900만 달러(약 100억원)에 달했다. 블룸에게는 자녀도 없었고, 소방관이었던 남편은 2002년에 사망했다. 블룸은 남편에게 재테크로 번 돈에 대해서는 비밀로 했다고 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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