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김승현 꼼짝 마'… 삼성, 챔프전행 1승만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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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삼성 서장훈(위)이 오리온스 이은호의 수비를 피해 슛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이 5년 만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눈앞에 뒀다.

삼성은 1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5~2006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오리온스를 99-85로 물리치고 2연승했다. 남은 세 경기 가운데 한 경기만 이기면 2000~2001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전에 나간다. 삼성은 당시 정규리그 1위로 4강에 올라 4강전에서 SBS(현 KT&G), 챔피언전에서 LG를 누르고 우승했다.

삼성의 트레이드 마크는 올루미데 오예데지(14득점)-서장훈(27득점)-네이트 존슨(27득점)으로 이어지는 '고공 농구'. 그러나 오리온스를 맞은 삼성의 '작은 선수'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과시했다. 이정석(10득점.4가로채기)이 1쿼터에만 4개, 이세범(6어시스트.4가로채기)이 2쿼터에 2개의 가로채기를 성공시켜 오리온스의 김승현(12득점)을 무색하게 했다.

삼성은 1쿼터 종료 직전 29-18까지 앞섰지만 2쿼터 4분 만에 33-29로 추격당했다. 외국인 선수가 1명만 뛰는 2쿼터에 김병철(9득점).김승현 등 오리온스의 빠른 선수들을 잡지 못했다. 그러자 삼성의 안준호 감독은 이규섭(5득점) 대신 이세범, 오예데지 대신 존슨을 기용했다. '높이'를 버리고 '스피드'를 택한 것이다. 보통 감독들은 팀의 장점을 버리는 선택을 꺼리지만 안 감독은 모험을 했다.

모험은 성공했다. 이정석.이세범.강혁(11득점)으로 이어지는 세 명의 가드진은 박진감 넘치는 수비로 오리온스의 오름세를 차단했다. 삼성의 스피드가 도리어 오리온스를 압도하면서 이세범.강혁이 연속 세 차례 속공을 성공시킨 전반 종료 1분40초 전 점수 차가 51-35까지 벌어졌다. 이때 벌어진 점수 차가 경기의 분위기를 결정했다.

오리온스는 묵묵히 싸웠다. 특별한 '비책'은 없었다. 삼성의 서장훈을 견제하기 위해 이은호를 선발로 출전시킬 정도였다. 이은호는 1쿼터 8분 만에 4반칙으로 무용지물이 됐고, 대신 기용된 백인선도 전반을 못 넘기고 4반칙에 걸렸다. 김진 감독은 자신의 소신대로 빠른 패스를 이용한 외곽슛 작전으로 승부를 걸었다. 오리온스가 터뜨린 6개의 3점포는 승부를 돌려놓지 못했다. 3차전은 12일 오후 7시 대구에서 열린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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