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첫 화면 뉴스 없애겠다는 네이버, 인링크는 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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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모바일 앱의 첫 화면에서 올 3분기까지 뉴스를 제외하겠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공개된  ‘드루킹 네이버뉴스 댓글 조작’ 사건 이후 네이버에 뉴스유통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내놓은 대책이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뉴스 댓글 논란 관련 발표문을 읽고 있다. 장진영 기자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뉴스 댓글 논란 관련 발표문을 읽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하지만 국회에서 법제화 추진 중인 ‘아웃링크(클릭 시 기사를 생산한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 방식의 서비스에 대해 네이버는 "원칙적으로 추진하되 아웃링크 전환 여부는 각 언론사 선택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 페이지 안에서 기사를 읽는 ‘인링크’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네이버는 또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이 뉴스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계속한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첫 화면 뉴스를 없애는 대신 더 정교하게 뉴스 유통 권력을 다듬었다”고 비판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9일 오전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한 대표는 “네이버 편집자가 더 이상 기사를 배열하지 않겠다”며 “네이버는 공간과 기술만 지원하는 역할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 뉴스. 네이버는 9일 "오는 9월까지 모바일 첫화면에서 뉴스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 뉴스. 네이버는 9일 "오는 9월까지 모바일 첫화면에서 뉴스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에서 검색창 바로 밑에 주요 뉴스 7건(사진기사 2건 포함)을 누구에게나 기본으로 보여주는 현재 서비스를 올 3분기 이내에 없앤다. 뉴스 바로 밑에 붙은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급검) 창도 선택한 사용자에게만 노출한다. 한 대표는 “검색 중심으로 첫 화면을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네이버는 네이버 모바일 앱 첫 화면을 옆으로 밀면 나오는 두 번째 화면(일명 이탭)에 언론사가 편집하는 뉴스를 언론사별로 노출하는 ‘뉴스판(가칭)’을 만든다. 사용자가 구독하겠다고 선택한 언론사의 뉴스를 네이버 인링크 방식으로 보여준다. 현재 네이버 앱 첫 화면에 있는 언론사별 ‘채널 뉴스’가 두 번째 페이지로 위치만 바꾸는 셈이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인 ‘에어스(AiRS)’가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뉴스를 추천하는 ‘뉴스피드판’도 운영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2월부터 이미 사용자의 성별ㆍ연령ㆍ위치 등 정보와 네이버 앱 내 활동 등을 기반으로 사용자별로 다른 뉴스를 추천하고 있다. 한 대표는 “구글도 오늘 추천 기반의 뉴스앱을 발표했던데, 인공지능 뉴스 추천 실험은 네이버의 경쟁력 차원에서도 계속 해야 한다”며 “(뉴스피드판은) 어떤 방식의 AI 배열이 가장 바람직한지 계속 연구하고 알고리즘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이날 밝힌 계획은 올해 3분기까지(9월) 준비를 거쳐 적용된다.

이런 개편 방침이 네이버의 뉴스유통 플랫폼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가 많다. 뉴스판ㆍ뉴스피드판을 운영하는 네이버가 인링크로 기사를 유통하고 광고를 매개로 언론사들 간 트래픽 경쟁을 유도할 경우, 네이버의 유통사업자로서 영향력은 더 커진다. 한성숙 대표도 이날 "(사용자가 언론사를 고르는) 뉴스판에 배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오늘 대책이 네이버의 지나치게 큰 여론 영향력을 낮춰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뉴스판ㆍ뉴스피드판이 기존의 첫 화면 뉴스 역할을 하고, 사람들은 계속 네이버로 뉴스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뉴스·댓글 대책과 전문가·학계의 비판

네이버의 뉴스·댓글 대책과 전문가·학계의 비판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사용자의 네이버뉴스 소비가 얼마나 바뀔지는 개편후 한동안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발표는) 네이버가 자기네 서비스의 위치와 배열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네이버 트래픽은 별로 줄지 않고 뉴스 트래픽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I 추천 뉴스인 뉴스피드판도 네이버의 상업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더 많은 클릭, 더 오랜 체류시간이 포털인 네이버의 광고 수익을 올려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기 입맛에 맞는 뉴스만 쫓게 되는 확증편향(필터버블)도 심해질 수 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이용자의 클릭을 목표로 하는 포털 기업의 알고리즘은 상업적"이라며 "비슷한 특징의 사람들에게 비슷한 뉴스만 보여주다 보면 의제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인간 편집자의 편집’은 없앴더라도, 알고리즘 권력은 더 세진다. 지금도 페이스북이 알고리즘 개편 때마다 전 세계 언론사들의 트래픽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언론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치권에서도 이날 네이버 발표에 대해 ‘미봉책’, ‘꼼수’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첫 화면 뉴스 삭제는) 네이버가 다른 폴더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꼼수이며, 언론사 중 한 곳이라도 인링크를 고집하면 다른 언론사들도 인링크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네이버가 교묘하게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3000만 이용자를 가진 네이버의 플랫폼 영향력 유지되는 상황에서 구글 같은 전면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해야 네이버의 미디어 독점을 분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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