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LPG폭발 사고 극단적 선택 가능성…유서 추정 종이 발견

중앙일보

입력

8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의 LP가스 폭발 추정 사고 현장에서 수사 당국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의 LP가스 폭발 추정 사고 현장에서 수사 당국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OO야 미안하다.”

경기도 양주에서 발생한 LP가스 폭발 사망사고 현장에서 유서로 추정할 만한 내용의 문장이 적힌 종잇조각이 확인됐다. 전날(8일) 경찰과 소방당국의 합동 현장 감식 과정에서 나온 종잇조각을 분석한 결과다. 감식에서는 가스가 빠진 20㎏짜리 LP 가스통과 잘린 흔적의 가스관도 나왔는데, 숨진 이모(58)씨의 집 부엌으로 연결됐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종잇조각 역시 이씨 집에서 발견됐다. 이씨가 LP가스 폭발을 극단적 선택의 수단으로 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경기 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씨의 시신이 발견된 인근에서 흰 종잇조각이 여러 개 나왔다. 하지만 당시 집이 완전히 무너질 정도의 폭발 충격 등에 찢겨 전체적인 내용확인이 쉽지 않았다. 경찰 감식반은 독해가 가능한 단어가 적힌 종잇조각을 중심으로 복원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일부 내용이 파악됐다. “OOO야 미안하다”, “눈물 나온다” “화장해서 뿌려주라” 등 유서로 추정할 수 있는 문장들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결과, 이씨 사인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질식사로 추정됐다.

7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의 한 주택에서 LPG가스 폭발 사고가 났다. 폭발로 인해 주택 4채가 무너졌다. 긴급출동한 119 구조대원이 사고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뉴스1]

7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의 한 주택에서 LPG가스 폭발 사고가 났다. 폭발로 인해 주택 4채가 무너졌다. 긴급출동한 119 구조대원이 사고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뉴스1]

목숨 끊으려 고의 폭발 일으켰나

경찰은 이씨가 고의 폭발을 극단적 선택의 수단으로 사용했는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현재 정확한 발화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20㎏짜리 LP 가스통에서 나온 가스가 가스레인지가 아닌 잘린 관을 통해 이씨의 집 안으로 들어가 쌓인 뒤 알 수 없는 발화 원인으로 폭발이 일어난 거로 보인다는 게 현재 조사된 사건 경위다.

경찰은 이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데다 직장생활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씨가 제2·3금융권에서 과도한 빚도 지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 대 개인 관계로 맺은 채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씨는 4년 전 이혼 후 혼자 살아왔다고 한다.

7일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의 가스 폭발 추정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의 가스 폭발 추정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애먼 60대 여성만 숨져…


이씨가 고의 폭발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경찰수사에서 결론 나면, 애먼 60대 여성까지 숨지게 한 게 된다. 지난 사고로 이씨 집뿐만 아니라 봉양동 마을 이웃인 김모(68·여)씨 집까지 폭발 충격 여파로 완전히 무너졌다. 김씨도 건물 잔해에 의한 질식으로 조사됐다. LP가스 1㎏의 폭발 위력은 TNT 화약 약 300g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1㎏의 TNT 화약은 물속에서 폭발해도 물기둥이 수십 미터가량 솟구칠 정도로 위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씨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죄를 묻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고로 봉양동 마을은 침울한 분위기다. 숨진 김씨가 평소 마을 내 어려운 일이라면 앞장서 나설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양주=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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