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학법 개정 않고 시행령 만들어서는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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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어제 논란 많은 개정 사립학교법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7월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이 밀어붙인 개정 사학법은 사학 자율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사학의 반발을 의식해 문제 많던 개방이사 조건을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는 등 개선한 흔적은 보인다.

사학들이 이 법에 반발하자 감사원은 유례없이 사학법인 직무감사 칼을 휘둘렀다. 사학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정부는 개정 사학법을 시행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선의 흔적이 있다고는 하나 이 개정 시행령안에는 독소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사 가운데 개방 이사를 4분의 1 이상 선임토록 한 조항은 사학 자율 침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학 임원의 비리가 법원 판결 이외에 검찰 기소.교육당국 감사에서 확인되기만 해도 교육부는 시정 요구 없이 곧바로 임원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로부터 임시이사가 파견돼 사실상 대학을 접수하게 된다. 외부세력을 동원해 학교에 소란을 만들고 이를 빌미로 학교를 뺏을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임시이사 파견 방법을 개선하겠다 하지만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들의 실태가 지금 어떤가 보라. 문제된 사학을 완전히 코드인사로 메우고 있지 않은가.

사학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보고,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교육)을 태우는 꼴이다. 법의 독소조항은 놔두고 시행령만 부드럽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개정 사학법에 반대해 장외투쟁까지 벌였던 한나라당은 올 2월 사학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에는 온통 지방선거에만 정신이 쏠려 있다. 열린우리당은 재협상 의사를 밝힌 적이 있지만, 한나라당이 이러니 사학법 재개정은 전혀 진전이 없다. 결국 사학법 문제도 정치 투쟁에 불과했던가. 안타까울 뿐이다. 여야는 하루빨리 사학법 재개정에 나서 올바른 사학법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