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삐걱 거리던 북ㆍ미에 기름칠 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반도 주변에서 ‘전격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이틀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다롄(大連)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9일 평양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모두 40여일전 중국과 평양을 각각 방문했다. 당시 북ㆍ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냉랭했던 관계를 복원키로 했다. 폼페이도 당시 내정자도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에 뜻을 모았다. 그래서 최근 사흘간 북한과 미국, 중국이 보인 외교전은 다소 의외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당시 내정자)을 만나고 있다. [백악관=연합뉴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당시 내정자)을 만나고 있다. [백악관=연합뉴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이 그렇다. 뉴욕 유엔대표부 채널이 가동 중인데도 미국의 외교수장이 전세기를 통해 급거 방북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뭔가 급한 일이 있다는 뜻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회담을 앞두고 막바지 조율 차원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①회담 일정과 장소 등 디테일 확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과 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미 회담의 장소와 시간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실을 공개(현지시간 오후 9일)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다. 아직 북ㆍ미가 회담의 장소와 시간에도 합의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이 회담의 형식과 관련해 북한에 최후 통첩성 통보를 했지만 북한이 이에 확답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금쯤이면 회담 당사국간 회담 형식과 관련해선 합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며 “최근 북미 회담을 앞두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폼페이오 장관이 기름칠을 위해 방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②억류자 송환용?=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송환을 위해 방북했다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억류자 석방을 북ㆍ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선제적 조건으로 여긴다"며 "북한이 석방 신호를 보냈고, 이들을 데리러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현재 김동철ㆍ김상덕ㆍ김학송씨 등 3명의 한국계 미국인을 억류중인데 북한은 이들의 석방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평양 시내의 호텔에 머물도록 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전에도 억류자를 석방할 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2009년) 등 고위층 인사의 방북을 요구했다. 고위층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는 차원에서다.
 비공개로 평양을 찾았던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출입 기자들을 대동했다는 점도 뭔가 홍보거리를 준비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일과 8일 중국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한 소식을 북한 노동신문이 9일 대서특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일과 8일 중국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한 소식을 북한 노동신문이 9일 대서특필했다. [연합뉴스]

 ③중국으로 이탈 방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한다고 선언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없을 경우 중동과 동북아에서 두 개의 핵 국가를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 반대로 북한 비핵화에 일정한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중국을 향해 손짓하며 "전략적 기회에, 전술적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냉랭한 북중관계 속에 후견인 없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던 2월말 3월초와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다.
 때문에 북한 달래기 또는 정상회담의 성공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움직였을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