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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금융산책]세탁기에 넣고 돌린 달러, 시중 은행에서 바꿔 주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직원들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8월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직원들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해외여행이나 입출국이 잦아진 요즘, 외국 지폐를 소지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의도치 않게 지폐를 훼손할 수도 있다. 세탁기에 넣어 돌리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훼손도 따라 외환 창구서 매입 #환율 계산해 원화로 바꿔 줘 #손상 심하면 해당 중앙은행에 문의 #교환 가능 여부 1년 걸리는 경우도 #

 이렇게 망가진 외화는 더는 쓸 수 없나.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외국 지폐가 훼손됐다면 이를 교환할 수 있을까.

 해당 통화로 1대1 교환은 불가능하지만 원화로는 바꿀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은행권이 손상됐다면 일단 시중은행 외환 창구를 찾아가 매입 의사를 타진해야 한다.

 훼손 정도가 약하거나 남아 있는 면적이 원래 은행권의 85% 이상이면 은행에서 환율을 적용해 사줄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은 이렇게 매입한 외국 은행권을 해당국 중앙은행에 사달라고 의뢰한다.

 훼손 절차가 심한 경우에는 추심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해당 은행권을 발행한 외국 중앙은행에 국내 시중은행이 멀쩡한 상태의 돈으로 교환해달라는  ‘자금화’ 요청을 한 뒤 손상 은행권을 해당 중앙은행에 보내는 것이다.

 해당 중앙은행에서 손상 은행권의 상태를 판단해 매입 혹은 교환 여부를 결정한다. 해당국 중앙은행이 매입 혹은 교환 의사를 밝히면 환율을 적용한 원화로 환산해 계좌로 입금해준다.

 해당국 중앙은행이 교환 불가 판정을 내리면 손상된 은행권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국내에서 손상 해외 은행권의 추심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은 KEB하나은행이 유일하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원진오 차장은 “추심 과정은 일반적으로 한 달 이상 소요되지만 미국 달러화의 경우 훼손도가 심하면 1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며 “전 세계에서 망가진 돈이 몰려들기 때문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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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훼손된 은행권의 교환 기준은 중앙은행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의 경우 손상 지폐에 잉크가 묻어 있으면 바꿔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원 차장은 “유럽의 경우 은행의 현금지급기(CD)를 탈취해 현금 박스를 열면 잉크가 분사되는 탓에 잉크가 묻어 있는 은행권은 절도나 범죄에 연루된 불법 자금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잉크가 묻어 있는 훼손 은행권의 자금화를 요청하면 충분한 소명이 필요한 이유다.

장판 밑에 잘못 보관하거나 불에 타면서 손상된 은행권. [중앙포토]

장판 밑에 잘못 보관하거나 불에 타면서 손상된 은행권. [중앙포토]

 한국의 경우 은행권의 훼손 정도에 따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원래 크기와 비교해 남아있는 면적이 3/4 이상이면 액면 금액 전액으로 교환해준다. 남아 있는 면적이 3/4 미만∼2/5 이상이면 액면 금액의 반액을 새 돈으로 바꿔준다.

 불에 탄 은행권의 경우 재가 은행권에서 떨어지지 않고 은행권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 재 부분도 은행권 면적으로 인정해준다.

 손상된 외국 은행권만 원화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의 경우 오래된 지폐를 시중은행 외환창구에 들고 가면 사준다. 손상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시중은행은 오래된 지폐를 해당국 중앙은행에 보낸다.

 반대로 해외 은행에서 훼손된 한국은행권에 대한 자금화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을까. 한국은행 관계자는 “근래에 해외 은행에서 한국은행권의 자금화 요청을 한 경우는 없었다”며 “한국은행 해외 지점이나 사무소 등에서 손상 은행권을 교환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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