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사회적 지위 이용 갑질횡포에 엄정 대응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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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경찰청장이 8일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행위’에 대해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횡포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물벼락 갑질’ 혐의를 받는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철성 경찰청장. [뉴스1]

이철성 경찰청장. [뉴스1]

 이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서면 답변자료에서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지만 관련자 진술과 녹음파일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한 결과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범죄”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또 “디지털포렌식 결과 대한항공 측에서 수습 방안을 논의하고 피해자 측과 접촉 및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한 배경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또 “증거인멸 우려뿐 아니라 ‘갑질’ 횡포 근절을 위한 엄정 대응 차원에서 혐의의 상당 부분을 입증하고 영장을 신청했다. 앞으로도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횡포에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전 전무는 지난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업체의 팀장이 자신의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4일 경찰이 폭행과 업무 방해 혐의로 조 전 전무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폭행 피해자 2명이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유리컵은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던져 폭행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또 조 전 전무로 인해 회의가 중단돼 광고대행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다툼의 소지가 있으나 조 전 전무의 주거가 일정한 데다가 참석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쳐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경찰은 업무 방해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조 전 전무의 모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행 의혹에 대해 이 청장은 “일부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입건했다”며 “의혹들에 대해서는 계속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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